‘서울시장 출마’ 박원순 “토건 예산 줄여 복지·교육 투자… 시민 삶의 질 향상에 노력할 것”
입력 2011-09-21 15:43
시민운동계의 맞수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박원순 변호사가 21일 각각 보수와 진보 진영을 대변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기성 정당 입당을 거부한 채 ‘시민후보’를 자처한 두 사람의 가세로 이번 보선은 전통적인 정당 대결 구도가 아닌 여야 및 시민사회세력 간 대결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안철수 돌풍’을 통해 확인된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이 시민후보 지지로 연결된다면 각 정당은 향후 엄청난 변혁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과정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와 이 전 처장, 민주당 후보와 박 변호사의 단일화 여부, 또 두 사람이 각기 진영의 최종 단일 후보로 선정될 경우 기성 정당에 편입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박원순 변호사가 21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야권 통합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진보 시민사회 진영과 민주당 간 경쟁이 본격화됐다. 민주당이 당초 누가 되든 야권 통합 후보만 배출되면 된다는 입장이었다가 지금은 박 변호사를 꺾고 반드시 민주당 출신 후보가 야권 통합 후보가 돼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정리를 하면서 양측 대결이 치열해지고 있다.
박 변호사는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가진 출마회견에서 “지난 10년은 도시를 위해 사람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판하며 “전시성 토건예산을 삭감해 복지 환경 교육 등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재건축, 재개발의 과속 추진을 막고 새 임대정책을 도입하며 SH공사를 개혁해 전세난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 진영 시민 후보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수도 이전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데 대해 “지방분권은 우리 시대의 큰 과제”라며 “서울과 수도권의 과밀화는 지방으로의 분산을 요구하며 그게 꼭 서울시민들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자신의 선거캠프를 ‘희망캠프’라고 소개하며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는 방식으로 펀드를 조성해 평범한 시민들로부터 자금을 차용해 선거를 치르겠다”고 언급했다.
그의 출마선언에 따라 민주당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내 유력한 두 경선 주자인 박영선 전 정책위의장이나 천정배 최고위원 가운데 어느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되든 박 변호사와는 힘겨운 승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변호사가 두 사람을 작게는 두 배에서 많게는 서너 배 이상 큰 격차로 앞서 있다. 야권통합 후보 경선 방법을 놓고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박 변호사 측이 여론조사 비율을 대폭 반영하자는 입장이라 그렇게 될 경우 민주당 후보의 열세가 예상된다.
야권 일각에선 박 변호사가 단 한번도 제대로 된 검증을 받아본 일이 없고, 또 과거 관여했던 일들과 관련해 부정적 소문도 있어 막판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민주당 역시 박 변호사가 통합 후보로 결정된 뒤 악재가 터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후보들은 SBS 토론회에서 날이 선 질문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펼쳤다. 천 최고위원이 “박 전 정책위의장이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독소조항에 찬성했던 일을 아직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자 박 전 의장은 “천 최고위원도 법무장관 할 때 한·미 FTA를 그렇게 반대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맞받았다
박 전 의장은 시내 모처에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만나 지지를 당부했다. 문 이사장은 “참여정부의 초대 대변인으로 박 전 의장을 내가 추천한 적도 있고, 개인적으로 박 전 의장 팬”이라고 화답했다. 천 최고위원 측 김성호 대변인은 “민주당 후보가 당원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해야지, 당 밖으로 나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평가 절하했다.
손병호 김원철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