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후계지명 1년만에 軍·보안기관 장악
입력 2011-09-21 18:07
김정은이 후계 지명 1년 만에 실질적인 군 지휘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우상화 작업도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지난해 9월 28일 제3차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후계자로 공식 등장했다.
대북 소식통은 21일 “김정은은 김 위원장 비호 아래 인민군 총참모장 이영호와 총정치국 1부국장 김정각을 통해 군부대 개편과 작전지시 등 실질적인 군 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은 군내 지지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일선 군부대 지휘관을 자신에게 충성심이 강한 30∼40대로 교체하고 있다”면서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 등 보안기관의 조직과 인사에도 깊숙이 개입해 지휘권을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최근 들어 당 조직지도부를 통해 감사권을 행사하면서 비리 간부를 숙청하고 100만명 이상을 목표로 청년층의 대거 입당을 추진하는 등 군과 공안기구에 비해 장악력이 낮았던 당 업무에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세습체제 구축에 걸림돌이 되는 고위간부들의 숙청이 본격화되면서 간부사회가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상성 인민보안부장과 이태남 부총리 등이 비리 혐의로 해임되고, 김 위원장에게 충성해온 류경 보위부 부부장까지 처형되면서 김정일·정은 부자에 대한 배신감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곁가지’로 전락한 이복형 김정남의 신변에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 김정남의 해외 망명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은 2009년부터 보위부 등을 동원해 김정남 측근들을 탄압하고 있다. 과거 김 위원장은 권력투쟁 과정에서 자신을 ‘원가지’, 작은아버지 김영주와 계모 김성애, 그의 소생 김평일 등을 곁가지로 취급했다.
북한은 김정은 우상화를 위해 그를 찬양하는 ‘발걸음’ 노래를 보급하고 있고,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에 이어 그를 찬양하는 내용의 교과서 발간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방문한 곳에는 김 위원장처럼 기념현판을 부착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세 살 때 총을 쐈다” “학생 때 작전지도를 만들어 군 고위간부를 놀라게 했다”는 등 ‘김정은 위대성 교양자료’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주입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각 기관과 학교, 공장 안에는 ‘대장복(福)’이란 입간판이 ‘수령복’ ‘장군복’ 입간판과 함께 내걸렸다. 김일성 수령, 김정일 장군, 김정은 대장 3대의 복이 전 인민에게 내린다는 의미다. 김정은은 지난해 대장 칭호를 받았다.
이흥우 선임기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