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겉과 속] 임태희 대통령실장, 청와대 입성하며 ‘통큰 지출’
입력 2011-09-21 18:21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지난해 7월 국회의원을 그만두고 청와대로 들어갈 때 그의 정치자금 계좌에는 3억5687만원(7월 15일 기준)이 남아 있었다. 임 실장이 그대로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날 경우 이 돈은 정치자금법에 따라 한나라당으로 귀속될 운명이었다. 하지만 임 실장은 그렇게 놔두지 않았다.
임 실장은 7월 15일과 16일 이틀 동안 3억여원을 썼다. 가장 먼저 챙긴 곳은 자신이 협회장으로 있는 대한배구협회. 5000만원의 특별회비를 납부했다. 배구협회 관계자는 “전임 회장(장영달 전 의원)부터 정치인이 협회장을 맡았지만 회장이 회비를 낸 것은 그때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에선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단체에 통상적인 회비 외에 특별회비 형식으로 기부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면서 “통상적인 회비를 낼 때에도 정치자금을 써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활동과 관련된 단체에는 정치자금으로 후원금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 실장은 배구협회장직을 정치활동의 연장선상으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임 실장은 지금도 배구협회장을 맡고 있다. 협회는 “지난 추석에도 대표단에 금일봉을 전달할 정도로 협회장직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임 실장은 배구협회장직을 임기 말(내년 1월)까지 지키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했다고 한다.
그는 문화산업포럼이라는 단체에도 1억원의 회비를 정치자금으로 냈다. 이 단체는 송승환 PMC 대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 이강복 전 CJ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장우 경북대 교수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문화산업 연구모임이다. 포럼 측은 “회원은 기존 회원의 추천으로만 가입할 수 있고 모임에서 개최하는 세미나 등도 기본적으로 회원들만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난타’ 공연 기획자로 유명한 송 대표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로 거론된 적이 있고, 이 교수는 동반성장론을 주창한 학자다. 이 교수는 “임 실장은 1억원을 내놓으면서 용도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며 “뜻있는 곳에 쓰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럼 측은 “민주당 대변인을 지낸 우상호 전 의원도 준회원”이라며 “여야를 포괄해 문화산업에 관심이 많은 정치인들도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국회 교통안전포럼에도 특별회비로 5000만원을 입금했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시민단체와 함께 캠페인을 벌이는 모임이다. 임 실장이 낸 특별회비는 교통사고 유족 돕기 등에 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4월 설립된 사단법인 사회적기업네트워크에도 5000만원을 후원했다. 동료 의원 후원금과 직원 퇴직금에도 상당액을 썼고, 나머지 금액은 지역구(경기도 성남 분당을)의 복지관 2곳에 500만원씩 후원하는 등 사회복지 단체에 기부했다. 선관위는 “지역구 유관 단체에 기부하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복지시설 등은 예외”라고 밝혔다.
탐사기획팀 indepth@kmib.co.kr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 김지방 차장 fattykim@kmib.co.kr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