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겉과 속-(5) 도 넘은 측근·주변 단체 챙기기] 보좌진에게 수백만원 ‘상여금 잔치’

입력 2011-09-21 18:21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렸던 김금래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장.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지난해 정치후원금 사용 내역을 근거로 김 후보자가 정치후원금으로 보좌진의 명절·휴가 상여금을 준 데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자는 “불법이 아니다”고 맞섰지만 박 의원은 물러서지 않았다.

박 의원은 “선관위는 2006년 9월 정치후원금을 인건비 형태의 상여금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었다”고 거듭 추궁했다.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보수를 지급받는 별정직공무원인 보좌관·비서관·비서에게 정치자금으로 상여금을 지급하는 행위’는 정치자금법에 위반된다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이 그 근거가 됐다. 그제야 김 후보자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몸을 낮췄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국회에서 급여를 받고 있는 보좌진에게 세 차례 즉 설(2월)과 여름휴가(7월), 추석(9월)을 앞두고 ‘의정활동 격려금’을 지급했고, 그 돈이 상여금이라는 지적을 받자 고개를 숙인 것이다.

◇측근 챙기기 만연=이 같은 사례가 김 후보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의원이 수시로 보좌진에게 성격이 애매한 돈을 지불하고 있다. 명목은 다양하지만 김 후보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여금’ 성격이 짙은 돈이다.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은 설을 목전에 둔 지난해 2월 11일 3명의 국회 보좌진에게 각각 50만원을 지급하는 등 몇 차례 ‘격려금’을 줬다. 같은 당 이춘식 의원은 한 보좌관(4급)에게 11회에 걸쳐 450만원을 지급하는 등 국회 보좌진에게 여러 차례 격려금 명목으로 보너스를 지출했고, 이군현 의원도 지난해 11월 11일 보좌관과 비서관, 비서에게 각각 100만원을 지급하는 등 수 차례 국회 보좌진에게 격려금을 줬다. 같은 당 정병국 의원도 보좌진에게 수십만원의 ‘수행활동비’를 여러 차례 지급했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은 ‘시간외근무 격려금’ 형식으로 국회 보좌진에게 10여 차례 100만∼150만원가량을 줬다. 한나라당 이해봉 의원은 7월 말 ‘직원 휴가 보조비’ 명목으로 200만원을 지출했다가 선관위 조사를 받았다.

◇휴대전화비·방값에다 부의금까지=의원들이 정치자금으로 직원을 배려하는 것은 격려금에 그치지 않는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아이폰 요금’이라는 항목을 매달 6건씩 지출했다. 의원은 물론 보좌진의 휴대전화 비용까지 모두 정치자금으로 결제한 것이다. “직원의 휴대전화비까지 정치자금으로 쓰는 게 옳으냐”는 지적에 홍 의원 측은 “아이폰은 인터넷 등 업무상 필요한 기능을 갖추고 있어 직원들이 사용한 것도 정치자금 지출로 처리해도 된다는 선관위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송광호 의원은 매월 25일 전후로 ‘수행비서 방세’란 명목으로 30만원씩 지출했다. 송 의원 측은 “의원이 대개 밤 11시쯤 퇴근하고 새벽 6시면 출근하는 만큼 수행 편의를 위해 비서가 의원 자택과 가까운 곳에 방을 하나 빌려 쓰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당 정희수 의원은 지난해 10월 11일 ‘정책비서 조모상’이라는 항목으로 10만원을 지출했다. 정치자금으로 보좌 직원에게 부의금을 전달한 셈이다. 정 의원 측은 “국정감사 기간에 원래 지급하려던 격려금인데 시기가 애매하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그 시기에 국회 보좌진 중 다른 직원이 격려금을 받은 적은 없었다.

◇인건비 고액 지출 어디다 썼나=의원들의 인건비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지역구 사무실 등의 상근 인력에게 지급되는 급여다. 국회에서 보수가 나오는 국회 보좌진과 달리 지역구 상근 인력은 의원 대다수가 정치자금으로 급여와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다.

자유선진당 이용희 의원은 4명의 직원에게 매월 900만원의 ‘인건비’를 지급하는 등 급여와 ‘명절 보너스’만으로 1억4000만원이 넘는 정치자금을 지출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은 3명의 직원에게 매달 900만원이 넘는 ‘급여’와 별도로 4대 보험료까지 내줬다. 다만 정 의원은 후원금 계좌에서 지출한 다른 의원들과 달리 개인 자금을 넣어둔 자산 계좌에서 지불했다.

같은 당 김형오 의원과 이진복 의원은 비교적 많은 급여와 격려금, 퇴직금 등을 지급해 인건비 지출 상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의원 신분이던 지난해 3∼5월 출마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몇 차례 200만∼500만원씩 지급하는 등 격려금만으로 7600만원 이상의 돈을 써 인건비 지출이 크게 늘어났다.

탐사기획팀 indepth@kmib.co.kr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 김지방 차장 fattykim@kmib.co.kr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