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신용 강등] 환율 ‘직격탄’… 금융불안 도화선 우려
입력 2011-09-20 22:24
원·달러 환율이 유럽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 주가폭락 사태에도 안정세를 보였던 환율이 이달 들어 그리스 부도설,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급등세(원화가치 급락)를 연출하고 있다. 8월 금융시장이 주가 폭락으로 흔들렸다면 이달에는 환율 급등세가 금융 불안의 도화선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유럽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외국인 자금이탈→환율급등→외국자금이탈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20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4원 오른 1148.40원를 기록, 이틀 연속 10원 이상 오르는 급등세를 연출했다. 이달에만 원·달러 환율은 80원 넘게 올랐다. 올 연말 환율을 1000원대 초반으로 내다본 외환 전문가들은 이제 달러당 1200원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최근의 환율 불안은 유로존 재정위기 우려에 따른 유로화 약세 및 달러화 강세가 주요 배경이다. 그동안 외국계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매도하고 채권시장에서 매수세를 유지했던 패턴을 이달 유럽위기가 본격화하자 바꿨다는 것이다. 이달 들어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유럽계 자금은 1조원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이 채권시장에서도 이탈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서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주가와 채권, 원화가치가 동반 약세를 기록하는 금융시장의 트리플 약세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주가가 전날보다 17.03포인트(0.94%) 오른 1837.97로 장을 마쳤지만 이는 2000억원이 넘는 기관의 나홀로 매수세 덕이 컸다.
문제는 대외 불확실성에 따라 환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이 추가적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풍부한 유동성과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을 고려해 원화 강세(환율 하락)에 베팅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감으로 원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환차손에 대한 우려로 주식 순매도→역송금 달러 수요→환율상승→주식 순매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에서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환율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했다. FOMC에서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도가 떨어지며 원화 약세 기조가 한풀 꺾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당분간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