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드는 임대주택사업… 서민 울리는 정부

입력 2011-09-20 18:22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사업이 현 정부 들어 뒷걸음질하고 있다. 사업승인 건수는 노무현 정부 때보다 4분의 1 가까이 감소했고,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입주 대기 기간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300㎡(90평)짜리 주택 보유자가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는 등 입주자 관리도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대주택 제도는 무주택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90년대 말 도입됐다. 국가 재정과 국민주택기금으로 건설되고 최장 50년까지 임대된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55∼83%로 저렴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임대주택(아파트형) 사업승인 건수는 노무현 정부 출범 초인 2003년 6만4328가구에서 2007년 8만6999가구까지 증가했다. 연평균 7만7177가구가 승인됐다.

그러나 현 정부가 시작된 2008년 사업승인 건수는 7만1859건으로 줄었고 지난해 4만5735가구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8월까지 단 한 건도 승인되지 않았다. 2008∼2010년 연평균 승인건수는 5만8813가구로 전 정권 때보다 23.8% 감소했다. 착공 실적도 급락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연평균 5만896가구가 착공됐지만, 현 정부 들어선 3만1385가구로 38.3% 하락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공사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있어 모든 사업이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저소득층보다는 여유가 있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분양주택 사업승인 건수는 현 정부 들어 연평균 5만5100가구로 2만7515가구였던 전 정부 때보다 배로 늘었다.

임대주택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시작돼도 실제 입주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LH에 따르면 2007∼2010년 60건의 공사가 중단돼 1만4146가구의 아파트 공급이 지연되고 있는데, 이 중 80.9%인 1만1441가구가 임대 주택이다. 이렇다 보니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50년간 살 수 있는 영구임대주택의 경우 지난 7월 현재 입주대기자가 6만5504명에 달한다. 예상 대기 기간은 평균 20개월이고, 경기도 부흥관악 단지는 117개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형 주택 보유자가 LH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는 등 입주자 관리도 부실하다.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입주자격 부적합 가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현재까지 주택 소유, 소득 초과 등으로 임대차 계약이 해지된 가구는 총 538가구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주택 소유로 인한 자격 상실자가 서울, 경기에만 91가구에 달했다.

남양주 마석의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70대 남성의 경우 경기도 지역에 연면적 302㎡짜리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천 갈산단지 임대주택에 입주한 50대 남성도 경기도 지역에 226㎡ 규모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공공임대주택 입주 기준인 기준소득의 150%를 초과해 자격이 상실된 사람도 서울, 경기에서만 24명이 적발됐다.

LH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공임대주택 부적합 가구들은 입주 당시는 무주택자이고, 기준 소득범위 이내로 임대주택 입주 적격자로 판정됐으나 입주 이후 매매·상속 등의 사유로 주택을 취득했거나 가구원의 사회진출 등으로 소득이 증가한 것”이라며 “앞으로 입주자격 심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