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점만 샀다” vs “14점 팔았다”… 홍라희-홍송원 ‘그림소송’ 첫 재판 진실공방
입력 2011-09-20 18:24
“그림 2점은 200억원, 나머지 10점은 50억원에 샀습니다. 이게 답니다.” “210억원짜리 프랜시스 베이컨의 ‘아이를 데리고 가는 남자(Man Carrying a Child)’와 61억원짜리 데미안 허스트의 ‘황소의 머리(Bull's head)’도 구입했습니다. 아니라면 홍라희씨 측은 입증해야 할 겁니다.”
현대미술의 거장 마크 로스코,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의 그림을 1990년 초부터 거래하며 미술계에서 ‘홍·홍 투톱’이라 불리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와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 관장의 ‘그림 소송’ 첫 재판이 20일 열렸다. 지난 6월 홍 대표는 홍 관장을 상대로 “그림값 530여억원을 받지 못했다”며 물품 대금 청구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부장판사 이승련)의 심리로 열린 변론에서 양측은 사고판 그림의 개수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서미갤러리 측은 780여억원에 그림 14점을 팔았다고 주장했지만 홍 관장 측은 개인이 산 적 없으며 삼성문화재단이 12점만을 사들였다고 반박했기 때문이다. 오리온 그룹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홍 대표는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홍 관장도 대리인만 보냈다.
재판에서 홍 관장 측은 “그림 12점만을 구입해 재단에서 소장하고 있으며, 그림값 250억원은 전부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를 데리고 가는 남자’는 대물변제로 받은 것이고, ‘황소의 머리’는 서미갤러리가 아닌 다른 곳에서 구입했다”고 덧붙였다.
그림값을 놓고도 양측의 말은 엇갈렸다. 미술품은 정해진 가격이 없고 거래 당사자 사이에 뜻만 맞으면 100억짜리 그림을 200억원에도 매매할 수 있고, 해외에서 작품을 들여오는 경우 보험료과 운송비를 내세워 가격이 부풀려지기도 한다. 홍 관장 측은 “그림 중 갤러리가 청구한 금액은 수입면장보다 10%부터 최대 2배까지 차이 난다”며 531억원은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 측은 “홍 관장과 거래하며 계약서 없이 구두로 그림값을 약속했다”며 “홍 대표가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