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患율’ 어쩌나… 비상깜빡이 켠 기업들

입력 2011-09-20 18:09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국내 기업들은 현지 수출시장을 점검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더블딥(경기가 침체 후 상승했다가 다시 침체하는 것), 중국 등 신흥국의 긴축 강화로 제2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칠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환율이 이틀째 급등하면서 물가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삼성은 21일 오전 사장단 회의를 열어 내년 경영 환경을 점검한다. 이 자리에선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이 최근의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이에 따른 내년 환율, 금리,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은 이를 반영해 그룹 차원에서 이달 말까지 내년 경영계획 가이드라인을 만든 뒤 이를 기반으로 계열사별로 경영계획을 수립하도록 할 방침이다. 지난해 총 매출 154조6300억원 중 유럽 지역 매출이 36조1298억원으로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이번 사태가 유럽 전체 위기로 번질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20일 현지 상황 점검 및 판매 역량 제고를 위해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정 회장은 현대차 체코 공장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판매법인을 방문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유럽 시장에서 총 4만5911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5.8%를 기록, 유럽 진출 이래 역대 최대 점유율을 달성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향후 자동차 시장 상황은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현대차 그룹의 주요 판매시장인 미국, 유럽, 중국의 경제사정 악화는 전반적인 매출감소 요인이 될 것으로 보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유럽시장의 경기악화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급변하는 국제 금융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각 사업본부별로 3∼4개월 이후의 매출목표 등을 점검 중이다. SK그룹의 경우 해외자산 등을 주시하고 원유 수입 비중이 큰 에너지의 경우 환관리위원회에서 환율 동향을 체크, 관리하고 있다.

정책당국은 환율 급등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가 다시 뛸 가능성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외국에서 물건을 수입할 때 돈을 더 줄 수밖에 없고, 이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가 악화돼 지금은 원화 약세가 수출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긍정적 효과보다 물가에 부담을 주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급격한 환율 상승에 유학생 부모 등 해외 송금부담이 늘어나는 개인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이명희 김찬희 김정현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