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찾아 떠난 남매 ‘고래’를 만날 수 있을까… 가족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

입력 2011-09-20 17:56


송창식이 부른 ‘고래사냥’이나 바비 킴의 노래 ‘고래의 꿈’에서 그러하듯 고래는 종종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꿈과 희망을 상징한다.

22일 개봉하는 가족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에서도 고래는 그런 존재로 그려진다.

부모에 이어 유일한 혈육인 할머니마저 여의고 고아가 돼 전북 남원에서 단둘이 살고 있는 은철(박지빈)과 은하(이슬기) 남매. 더욱이 은하는 몹쓸 병에 걸려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처지다. 돌봐주는 동네 어른들은 은하를 복지시설에 보내 잘 치료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은철은 동생과 헤어지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은철은 은하를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무작정 집을 나선다. 고래가 보고 싶다고 시도 때도 없이 졸라대는 은하의 소원을 눈이 더 멀기 전에 들어줘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두 남매가 가고자 하는 곳은 고래가 살고 있다는 울산 장생포다.

자전거에 의지해 길을 떠난 이들의 무모한 여행에 비밀을 간직한 나그네 덕수 아저씨(이문식)가 동행하게 되고, 이들은 이혼한 뒤 혼자 살아가고 있는 시골 아낙 언양댁(김여진)을 만난다. 남매는 자신들을 자식처럼 챙겨주는 덕수 아저씨와 언양댁에게서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아빠 엄마의 따뜻한 정을 느끼지만 고래를 보겠다는 희망으로 다시 길을 재촉한다. 은철 남매는 과연 애타게 그리던 고래를 만날 수 있을까.

은철과 은하 남매의 꿈을 향한 여정을 담은 ‘고래를 찾는 자전거’는 중견 배우 이문식 김여진의 푸근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연기가 돋보이지만 주역은 단연 두 아역배우다.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아역 지존’ 박지빈(16)은 말할 것도 없고 신인 이슬기(8)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 특히 이슬기는 이 영화가 첫 작품인데도 티 없이 해맑은 얼굴에 앙증맞은 전라도 사투리로 관객들에게 따스한 미소를 선사한다.

남매의 여정에 등장하는 정겨운 시골길, 별빛이 총총한 밤하늘과 반딧불이, 울산의 명소 간절곶과 해안도로 등 아름다운 풍광들이 영화 내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안겨주고, 세파에 찌든 어른들에게는 동심의 세계를 떠올리며 웃음 짓게 하는 영화다.

영화를 연출한 김영로 감독은 “포경이 금지된 이후 동경의 대상인 고래를 소재로 두 남매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착하고 소박한 영화”라며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영시간 100분, 전체관람가.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