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읽기] 글로벌 경제위기는 정치적 리스크때문
입력 2011-09-20 17:26
오바마 대통령은 7월 31일 민주당과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비공개 협의를 통해 채무한도 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전부터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던 S&P 500지수는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급락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고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급격히 확산됐다.
S&P의 수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국가채무협상에는 민주당보다 공화당의 정책이 대부분 반영됐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됐고 오바마 정부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과 정치적 리스크가 미국 경제와 증시의 걸림돌이 된 형국이다.
버냉키 의장은 “필요하면 3차 양적완화 정책(QE3)을 펼치겠다”고 발언했지만 며칠 뒤 없던 것으로 뒤집었다. 지난달 2년간 제로금리 유지를 발표한 것은 역으로 미국경제에 대한 불안심리를 증폭시켰다. 이달 FOMC를 앞두고 QE3 등 경기부양책이 기대되고 있지만 QE3 효과에 대한 반대 및 회의적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지금 글로벌 경제위기의 본질은 정책신뢰확보의 실패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의 정치적 리스크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 중순에 열린 독·불 정상회의와 지난 16일 열린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를 비롯한 각종 회의는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인플레이션 위험에 집착해 금리를 인상하는 무리한 정책을 구사했다. 위기 경험국들은 요구받는 긴축정책을 소홀히 하고 있고, 위기 수습에 나서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자국민의 눈치를 보면서 동상이몽이다.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소로스의 표현대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탈리아가 문제되면 유로존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이탈리아는 정치 수장이 스캔들에 휘말리고 있고, 신용등급마저 강등 당했다.
전 세계 지도자들이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번 금이 간 정치적 신뢰도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이 글로벌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ECB의 금리인상정책이 막을 내린 만큼, 유로존의 불안감이 커질수록 유로화의 약세압력은 커질 것이다. 유로화의 약세압력이 지속되는 한 글로벌 증시의 반전은 쉽지 않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한국 대외채무의 48%가 유럽계 자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유로화 약세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당분간 유로화의 향방이 국내외 시장의 중요한 방향타가 될 것이다.
채승배 HR 투자자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