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이석연 ‘몸값’ 서로 높인 뒤 단일화?
입력 2011-09-20 15:54
이제 경우의 수는 하나만 남았다. 그동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범여권 단일 후보 선출 방안으로 세 가지가 거론됐다. 그중 외부 인사를 영입한 후 한나라당 내부 인사와 경선을 치르는 안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한나라당 입당 제의를 거절하고 중도·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이 지원하는 ‘시민후보’로 나서기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또 한나라당이 외부 인사를 전략 공천하는 안 역시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20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또 다른 외부인사에 눈을 돌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남은 방안은 한나라당 후보가 선정된 후 이 전 처장과 단일화하는 것밖에 없다. 한나라당이나 이 전 처장 모두 범여권 단일 후보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지난해 6·2 서울시 교육감 선거 당시 이원희, 김영숙 두 보수 진영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 진보진영 곽노현 후보에 패배한 전례도 있다.
문제는 단일화 방식이다. 김 총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당 후보를 선출한 뒤 외부 인사와 또 다른 경선을 치르는 것은 공당으로서 취해서는 안 될 편법”이라며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2단계 경선 가능성을 부인했다. 반면 이 전 처장 측은 여론조사를 기본으로 하되 시민참여선거인단 투표를 가미하는 방식의 경선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처장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 “어떤 방법을 통해 (경선을) 하든지 대승적 차원에서 평가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최고위원이 당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당내외에선 나 최고위원과 이 전 처장의 단일화가 성사만 된다면 선거에서 승산이 있다고 전망한다.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는 나 최고위원을 당 후보로 선출해 ‘몸값’을 높이고, 예비 후보 등록 후 이 전 처장이 인지도를 높인다면 단일화 시너지 효과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일단 당 경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23일까지 이 전 처장 영입을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하고, 불발될 경우 서울시장 공식 후보 등록기간(10월 6∼7일) 전까지 단일화를 위해 이 전 처장과 접촉할 예정이다. 김기현 대변인은 “이 전 처장도 보수가 분열돼서는 안 된다는 데 생각을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당 후보가 정해진 뒤에도 계속 대화를 통해 후보 단일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최고위원 측 역시 “지난번 교육감 선거 재판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