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영업정지 파문] “저축銀 모럴 해저드 심각… 합동수사 나선다”

입력 2011-09-21 00:26


검찰이 저축은행의 무더기 영업정지 사태에 칼을 빼들었다.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과 합동수사단을 꾸려 저축은행 비리 전반을 파헤치기로 했다. 17조원이나 되는 공적자금을 수혈받고도 부실에 허덕이는 것은 대주주와 경영진의 탈법·불법 행위와 관행화된 유착 비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란 게 검찰 판단이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20일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서 열린 전국 특수부장회의에서 “금융계의 부정과 비리를 뿌리뽑아야 한다”며 “관계기관 합동으로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을 구성,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장은 “저축은행을 둘러싼 금융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기획수사,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 일벌백계의 엄정한 수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간과 인력에 구애됨 없이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 1∼2월 영업정지된 8개 저축은행 수사에 이어 2라운드 수사가 대규모 수사팀을 중심으로 곧 시작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18일 금융위원회가 7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조치를 발표한 직후 금감원, 예보 등과 합동수사단 출범 논의를 시작했다. 22일 1차로 조직 구성을 마치고 이달 안에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 19일 영업정지된 은행 5곳(토마토·제일·에이스·대영·파랑새 저축은행)을 포함해 10여곳을 검찰에 고발·수사의뢰했다. 100명 안팎의 인원으로 꾸려질 합동수사단은 ‘특수통’ 부장검사가 단장을 맡고 서울고검이나 재경 지검 중 한 곳에 사무실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01년 만들어져 4년간 활동했던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을 모델로 주목하고 있다. 당시 합동단속반은 공적자금 유용 사범 등 278명을 기소하고 부실기업주 등의 은닉 재산 2144억원을 찾아내 568억원을 회수토록 했다. 검찰 관계자는 “범정부적 합동대응 체제로 최대한 신속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검 중수부는 박원호(54) 금감원 부원장이 부산저축은행의 로비스트 박태규씨로부터 지난해 상품권 등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박 부원장의 전화 통화 기록을 입수, 내역을 분석하고 있다. 박 부원장은 “박씨와 몇 번 만나기는 했지만 금품을 받지는 않았다”며 “내가 금감원 내부 사람이니까 검찰이 로비가 있으려니 하고 몰아가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또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 과정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던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를 지난 19일 피내사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