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성경 속 거닐며 통일·화평을 꿈꾼다

입력 2011-09-20 17:37


기독교 사회주의 산책/이덕주 지음/홍성사

기독교 사회주의라니? 현존 사회주의가 해체된 것이 90년대 초반이다. 족히 20년이 지난 마당에 사회주의 운운하다니? 사회주의라는 용어의 스펙트럼이 제 아무리 넓기로서니 남쪽에서, 그것도 보수화된 기독교의 강고한 레드 콤플렉스를 고려하면 이 책의 제목과 내용은 거의 자살 행위에 가깝다.

저자의 전작, ‘한국교회 처음 이야기’와 ‘한국교회 처음 여성들’에 폭풍 감동을 받아 로고스서원의 청소년 인문학교와 자서전 쓰기반에 소개했다. 아니나 다를까, 중학교 1학년에서 70대 여전도사님에 이르기까지 영성과 지성을 갖춘 목사이자 교수의 저작에 깊은 은혜를 받았다는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다. 예상을 깨고 사회주의라는 꽤나 무겁고 버거운 주제를 들고 나왔으니 화들짝 놀랄 밖에.

허나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 저자의 사회주의는 마르크스의 것과 확연히 다르다. 그들이 보기에 기독교 사회주의는 기껏해야 낭만적일 따름이다. 게다가 자본주의와 대립하는 사회주의가 아니다. 자본주의를 끌어안는 사회주의라야 한다. 기독교적 가치를 구현하는 기독교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인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면서도 사회주의의 기본 가치인 평등을 구현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한다. 그것은 자본주의 체제의 장점을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도 결국은 다 같이 더불어 잘 사는 공동체의 패러다임이다.

제목이 주는 부담감을 조금만 걷어내고 그리고 얼마간 딱딱한 초반부 세 장을 잘 읽어내면 신구약을 관통하는 하나님의 장구한 스토리가 펼쳐진다. 많이 거둔 자 적게 거둔 자 모두 부족함이 없었던 만나, 사람도 자연도 쉬고 빈자와 약자를 위해 떨어진 이삭을 남겨두는 여유가 있던 안식년, 누구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끔 해주는 희년은 기독교 사회주의의 원형이다. 먹을 것이 없어 굶는 교인이 없게끔 하는 나눔과 섬김의 만찬은 또 어떤가. 성령 강림으로 유무상통했던 오순절 성령 공동체는 기독교 사회주의의 근거와 가능성이다. 길고 긴 성경 스토리를 풀어낸 결과, 기독교 사회주의의 원천이자 통일된 한국 사회의 청사진은 다름 아닌 성경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조심스럽다. 굳이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덕주 교수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 책은 성경을 매개로 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대화이다. 그렇다면 제3의 용어가 더 적절하지 않을까? 그리고 한국교회의 초창기 이야기가 맨 마지막에 두 개 사용된 것이 못내 아쉽다. 성경 이야기를 그대로 살아냈던 우리 신앙 선조들 이야기를 각각의 이야기와 매치시키고 더 많이 활용했다면 보다 큰 호소력이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의 저자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다. 첫째, 이 책은 암묵적으로 통일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볼썽사나운 현재의 우리 사회와 교회를 에둘러 비판한다. 우리가 얼마나 약육강식의 논리에 함몰돼 있는지 정의와 평화, 섬김과 나눔이 없는지를 고발한다. 이래서 통일할 수 있게 되고 통일을 이룬다 한들 무엇 하겠는가. 둘째, 성경에서 통일 이후의 한반도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우리가 신학적 상상력을 조금 더 발휘한다면, 성경은 우리의 삶을 속속들이 지도한다. 통일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하여 교회가 통일을 준비하고 통일 이후를 대비하고자 할 때 ‘기독교 사회주의 산책’을 피해 갈 수 없을 듯하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통일이 조금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해도 그리 과장된 것은 아닐 게다. 이 책을 통해 성경 속을 거닐며 민족의 하나 됨을 위해 기여할 한국 기독교를 꿈꾸는 것은 자못 행복한 일이다.

글=김기현 목사(부산 로고스교회 담임·‘글쓰는 그리스도인’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