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농구선수권 맹활약 문태종 “태극마크 행복… 어머니 소원 풀었죠”

입력 2011-09-20 17:31

“한국 국적을 얻으니 어머니께서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앞으로 한국 농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귀화선수 문태종(36·전자랜드). 제로드 스티븐슨이 본명인 문태종은 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지난해 프로농구 귀화혼혈선수로 한국 땅을 밟은 뒤 한 수 위 기량으로 소속 팀 전자랜드가 정규리그 2위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올 7월 동생 태영(33·LG)과 함께 법무부로부터 특별귀화 허가를 받고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

제26회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중국 우한에서 19일 문태종을 만났다. 문태종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소감에 대해 ‘Happy(행복하다)’와 ‘Proud(자랑스럽다)’라는 말을 연발했다.

‘무엇이 행복하고 자랑스럽냐’는 질문에 그는 “어머니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한국 국적을 선택한 것에는 어머니의 권유가 가장 컸다고 한다. 아들이 태극마크를 다는 것에 남다른 애착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문태종은 “내가 국가대표가 되면서 가장 좋은 게 외가 식구들에게 자랑거리가 된 것”이라며 “어머니는 내가 국가대표가 되자마자 이모와 외삼촌에게 그 사실을 엄청 자랑했다”고 전했다. 어머니와 외가 식구들은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 한국 경기를 단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함께 TV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한에서 교민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는 점도 그를 흥분케 하고 있다. 한국 경기가 열릴 때마다 우한체육관 한 구석에는 교민과 유학생들로 구성된 소규모 응원단이 문태종에게 커다란 함성을 보낸다. 지난 16일 레바논과의 조별예선 2차전에서도 응원단은 그가 벤치로 들어갈 때마다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문태종은 “대표팀 선수로 뛰는 것도 영광인데 이런 응원을 받으니 더더욱 가슴 뿌듯하다”고 전했다.

국가대표에 대해선 같이 귀화가 허가된 동생에게도 빼앗기지 않겠다는 애착을 보였다. 문태종은 “동생에게는 ‘내가 먼저 하고 너는 나이가 어리니까 나중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며 “대표팀 선수로서 반드시 올림픽 본선에 진출해 런던 무대를 밟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문태종은 선수생활을 마치고도 국내에서 후진 양성에 힘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생김새가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같이 한국사회에서 살고 있고, 한국인으로 살고 있다”면서 “나중에 한국에서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고 싶다. 내 경험으로 그들에게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우한=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