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특성화고교 “굳이 대학갈 필요있나” 인식 확산… 수능 응시자 1년 만에 1만명 ‘뚝’
입력 2011-09-20 21:52
올해 대입 수학능력시험 응시생 중 특성화고 학생이 지원하는 ‘직업탐구’ 영역 응시자는 3만3428명으로 지난해 4만4136명보다 20%가량 급감했다. 불과 1년 만에 응시자가 1만여명이나 줄어든 것은 이례적이다.
교육계에서는 특성화고 취업 바람이 일면서 수능 응시자가 줄어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 들어 정부와 공기업, 삼성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잇따라 고졸 출신을 많이 채용하겠다고 나서면서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교사들의 의견도 비슷하다. 경기도 안산공고 이재경 교사는 19일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진학을 원하는 학부모나 학생이 많았지만 올해 들어 정부가 취업을 장려하고 특성화고 학생의 문호가 넓어지면서 취업하겠다는 학생이 많이 늘었다”며 “진학 목적으로 특성화고에 왔다가 진학을 포기한 학생들도 있다”고 전했다. 충북 보은정보고 홍익선 교장도 “올해는 취업 희망자가 90% 가까이 된다. 특성화고 특별전형으로 진학을 생각하고 우리 학교로 온 1, 2학년 학생도 마찬가지”라며 “기업들이 고졸자를 많이 뽑겠다고 하니 취업 쪽으로 마음을 돌린 것 같다”고 전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특성화고 취업촉진팀을 별도로 만들어 특성화고와 기업 간의 취업 약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엔 국민은행과 공동으로 특성화고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사이트도 개설했다. 일선 특성화고도 자체적으로 취업지원반을 만드는 등 학생의 취업을 돕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취업 바람이 지속되느냐는 것이다. 지금은 정부 차원에서 나서고 있지만 한때 관심으로 그친다면 ‘반짝 바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성화고 졸업=취업’ 등식에 반대하는 여론이 여전하다는 점도 문제다. 교과부는 현재 특성화고 학생이 대학에 정원 외로 진학할 수 있도록 한 ‘특성화고 특별전형’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해 2015년엔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성화고 학생·학부모가 거세게 반발하며 교과부 앞에서 1인 시위 등을 이어가고 있어 입법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특성화고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뿐 아니라 전문계고 졸업생과 대졸자의 보수 차이 등 사회적 차별이 개선돼야 특성화고가 본래 목적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