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공무원 채용 빗장 풀렸지만 아직 ‘좁은 문’

입력 2011-09-20 21:52


정부, 고용 확대 방침 내용·전망

이초희(18·여)양은 특성화고 정보처리학과 3학년이던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10급 ‘기능인재 추천채용제’를 통해 공무원이 됐다. 현재 행안부 광주통합센터에서 근무 중인 이양은 20일 “기능인재 추천제는 특성화고 졸업자가 대학을 거치지 않고 공무원이 될 수 있는 효율적인 제도”라며 “취업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공공기관의 특성화고 출신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특성화고에 취업 문호는 열렸지만 성적 및 추천학생 제한 등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일 정부는 공공기관 고졸 채용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능인재 추천제를 확대해 올해 50명에서 내년 85명 수준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기능인재 추천제는 공무원 중 일정 비율을 특성화고에 할당, 특성화고 학생끼리 경쟁해 합격자를 선발하는 일종의 특별전형이다. 특성화고 학생은 일반 공무원 시험처럼 수백대 1의 경쟁률을 거치지 않아도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덕수고 3학년 손정현(18)양은 “일반기업 취업을 준비하다 최근 공무원으로 계획을 바꿨다”면서 “비슷한 일을 한다면 당연히 안정적인 공무원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일부 공공기관은 이미 자체적으로 기능인재 추천제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일 기술직 모집인원의 20%에 달하는 115명을 특성화고 졸업생으로 신규 임용했다. 지난 5월 특성화고 졸업생 4명을 기술직 공무원으로 특별채용한 데 이어 두 번째 시도다. 행안부도 지난해 12월 특성화고 및 전문대학 출신 30명을 선발했다. 올해는 기계·건축·통신 분야에서 53명을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

전남도교육청은 2007년부터 기능직 10급 공무원으로 특성화고 출신을 뽑았다. 도교육청은 다음 달 8일 필기시험을 치르는 2011년 하반기 기술직 9급 신규 채용에도 특성화고 출신을 선발할 예정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아예 지난 15일 특성화고 졸업생을 기능직공무원으로 특별채용하는 안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소재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자의 지방공무원 임용에 관한 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교육과학기술부도 기능직을 포함해 내년 신규 인력 2187명 중 18%(388명)를 고졸자로 뽑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각종 자격조건 제한이 많아 특성화고 학생의 취업 통로를 확대하기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행안부, 시교육청 등은 특성화고에서 성적 상위 10% 이내인 학생만 기능인재 추천제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했다. 교과부도 같은 방식으로 뽑을 방침이다. 시험 난이도도 일반직 9급 공개경쟁 임용시험과 비슷한 수준이다. 학교장이 추천하는 학교별 추천 인원도 3명을 초과할 수 없다.

행안부 전형은 전문대생까지 포함돼 더 치열하다. 전남도교육청이 그나마 완화된 자격조건을 제시했는데, 이마저도 기술직렬 관련학과 특성화고 졸업생·졸업예정자 중 학교장 추천을 받은 상위 11% 성적우수자로 제한된다.

지난해 행안부 전형으로 선발돼 국립현충원에 근무하는 계광훈(19)씨는 “학교에서 전교 1, 2, 3등 순으로 지원을 권해 대부분의 친구들은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면서 “많은 학생에게 기회를 주려면 자격조건을 완화하고 선발 인원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기계, 전기, 건축, 토목 등 공무원 업무와 연계된 학과만 지원할 수 있는 점도 한계다. 최종 채용까지는 선발 후 견습기간 6개월을 거쳐야 한다. 견습기간 근무성적에 따라 채용 여부가 결정된다.

기능인재 추천제 방식으로 선발된 특성화고 학생이 승진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제도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행안부의 지자체 공무원 인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공무원 중 고졸 비율은 9급 3.4%, 8급 2.9%, 7급 14.5%, 6급 30.8%, 5급 30.6%였다. 그러나 4급부터 19.4%, 3급 8.2%, 2급 1.7%, 1급 1.7%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서울 디지텍고등학교 김성진 교사는 “정책 취지는 좋으나 대우와 승진의 형평성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시행정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