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불법게임장… 청소년용 간판 달고 다시 기승
입력 2011-09-19 19:06
자취를 감춘 듯했던 불법 사행성 게임장이 불경기를 틈타 청소년 오락실로 둔갑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19일 서울 영등포동의 한 오락실 게임기 화면에선 저팔계 캐릭터가 물고기에게 미사일을 쏘는 평범한 게임이 돌아가고 있었다.
‘헌터오션’이라는 이 게임기 앞에 앉자 종업원이 방법을 친절히 설명했다. 그는 “물고기를 맞히면 올라가는 점수는 의미가 없다”며 “음악소리와 함께 화면이 붉은색으로 바뀌면 그때부터가 진짜”라고 말했다.
1만원을 넣고 한 게임을 하는 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1시간 넘게 한 자리에서 게임기를 돌리자 갑자기 음악소리와 함께 파란색 화면이 종업원의 말대로 1분 정도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종업원이 급히 다가와 “지금 거북이를 맞히면 1만원, 가오리 3만∼9만원, 고래 60만∼120만원어치의 ‘아이템 카드’가 지급된다”고 말했다.
미사일을 마구 쐈지만 어떤 것 하나도 맞지 않았다. 1분이 지나자 다시 파란색 화면으로 돌아왔다. 1분의 불법 사행성 게임을 하기 위해 1시간 남짓 ‘평범한’ 게임을 하며 10만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헌터오션 게임은 지난 7월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전체 이용가’ 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도박업자들은 사행성 게임으로 불법 개조해 유혹하고 있다. 청소년 오락실을 표방한 이 업장 안엔 30∼40명의 중년 남성들이 가득 차 빈 자리가 없었다. 불법 환전도 이뤄지고 있었다. ‘아이템 카드’에 적힌 금액은 현금과 1대 1 비율로 교환됐다. 한 50대 남성은 “업소가 환전할 수 있는 곳을 따로 알려준다”고 귀띔했다.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 등에 따르면 게임을 개조하거나 게임 성적에 따라 현금을 지급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감소 추세를 보이던 사행성 게임장 단속 건수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서울지방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불법 게임장을 운영하다 적발된 경우는 2008년 2091건에서 2010년 1679건으로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러나 올해 다시 증가해 8월까지 1409건이 단속됐다.
수법이 교묘해 단속은 쉽지 않다. 특히 개조된 게임은 단속이 미미하다. 서울청은 올해 자체 단속반을 운영해 147건의 실적을 올렸지만 그 가운데 개조 혐의 사례는 5건에 불과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개조 게임의 전원을 내리면 다시 평범한 게임으로 돌아가 개조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다”면서 “이에 따라 개조보다 불법 환전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게임 성행에 대해 김지선 사행성산업통합감독위원회 전문위원은 “경기가 어려울수록 한탕을 노리는 사람들이 베팅 금액에 제한이 없는 불법 게임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