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에서 드러난 국민연금공단 비리 백태 “왜 공단에 신경 안쓰나” 증권사 등급 강등

입력 2011-09-19 21:25

동부증권은 지난해 4분기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거래증권사 선정을 위한 등급심사에서 기존 C등급에서 강등돼 선정에서 아예 제외됐다. 국민연금공단이 소유한 리조트 이용권을 강매했다며 국회에 제보한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일종의 ‘괘씸죄’에 걸린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09년 4분기 “연금담당자가 1년이 지났는데 상갓집에서 처음 뵙겠다고 말하는 등 공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황당한 이유로 등급 B에서 C로 강등됐다. 도이치증권은 지난해 4분기 “외국계인데 S등급을 주면 말이 나올 것”이라며 S등급에서 A로 강등됐다.

19일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슈퍼 갑’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비리가 낱낱이 공개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은수 의원은 지난 6월 발표된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심층 추적해 익명으로 처리된 증권사들의 명단을 확보하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거래증권사와 위탁운용사를 선정하는 과정에 어떤 식으로 비리를 저질렀는지 공개했다.

박 의원이 확보한 감사원의 ‘거래증권사(사이버거래 포함) 평가결과 조작 현황’ 자료에는 2008∼2010년 적발된 등급심사 순위 조작 54건의 증권사 실명과 등급변경 현황이 변경 사유와 함께 적시돼 있다. 박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은 밉보이거나 성의가 없다고 여겨지는 증권사의 등급을 임의로 강등시키는 등 조폭 같은 행태를 보였고 국민의 소중한 보험료로 적립된 국민연금을 쌈짓돈처럼 주물렀다”고 지적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이유를 내세워 마구잡이로 등급을 상향한 경우도 있었다. 국민연금공단은 2008년 4분기 대형 증권사라는 이유로 우리투자증권의 등급을 B에서 A로 한 단계 올렸다. HI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증권사 사장이 국민연금공단을 위해 협조를 많이 했다”는 이유로, 대신증권은 같은 기간에 “자회사인 대신자산운용 대표로 간 전 간부(증권운용실장)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등급을 A에서 S로 상향했다. 박 의원은 “지난 8월 보건복지부가 연금기금 운용 혁신방안을 발표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가입자 대표 과반이 참여하는 상설 직무감찰팀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