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기름 20% 유사품… ‘경유’가 주범
입력 2011-09-19 18:46
기름값이 싸면 무슨 이유가 있다.
무폴(자가폴) 주유소 기름값이 정유사 브랜드 주유소보다 싼 편이지만 유사석유 판매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휘발유와 정유 유통량의 20%가 유사석유제품이며 경유의 유사석유제품 비율이 높았다.
그런가 하면 고속도로 주유소의 기름값을 ℓ당 20원씩 자율 인하했으나 실제로 할인가의 절반을 보조해 눈가림을 했다.
지식경제부가 19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휘발유와 경유제품의 전체 유통량(2995만3063㎘)의 20.0%에 달하는 593만5363㎘가 유사석유제품인 것으로 추정됐다. 지경부가 지난해 실시한 정책용역연구 결과다. 이 가운데 유사 경유가 534만327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유사 휘발유는 59만2088㎘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유사 경유로 인한 탈루액은 1조1224억원, 유사 휘발유 탈루액은 5312억원으로 추산됐다. 연간 석유관련 세수(27조원)의 6.0%가량에 이르는 액수다. 유사석유제품은 휘발유나 경유에 벤젠이나 메탄올 등 다른 용제를 섞어 만드는 불량제품으로 정식 유통경로를 거치지 않아 세금탈루 방법으로 이용된다.
용역을 맡았던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휘발유나 경유에 벤젠이나 메탄올 등 용제를 별도로 10%만 섞어도 전체가 유사석유제품이 된다”며 “특히 경유는 다른 용제를 섞어도 크게 표시가 나지 않아 유사석유제품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설명했다.
주유소 가운데는 무폴 주유소의 유사석유제품 적발률이 정유사 브랜드 주유소에 비해 높았다. 올해 1∼7월 상표별 유사석유제품 단속 결과 적발률은 무폴 주유소가 5.63%였다. 브랜드 주유소도 SK 1.17%, GS칼텍스 1.19%, 에쓰오일 2.10%, 현대오일뱅크 1.16%로 근절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한국도로공사는 올해 1월 15일부터 고속도로 주유소가 자율적으로 휘발유와 경유 모두 ℓ당 20원씩 유류 가격을 인하했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이는 자율 인하가 아니었다.
도로공사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당시 발표와 달리 주유소들의 반발을 우려해 주유소와 도로공사가 인하분을 균등히 분담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도로공사는 주유소에 ℓ당 10원을 임대료에서 돌려주는 방법으로 4월 28일까지 총 166개 주유소에 약 10억3700만원을 지급했다. 지난 1월 13일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이상하다”고 말하자 쫓기듯 대책을 내놨다가 결국 국가 재정만 낭비한 셈이다.
한편 지경부가 지난해 기준 국내 휘발유 가격(ℓ당 1710.41원)을 단계별로 분석한 결과 유류세와 부가세 비중이 52.7%(901.38원), 관세 및 부과금 비중이 2.0%(34.83원)로 세금 비중이 54.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름값을 내리려면 이제는 세금 비중을 낮추거나 세수 초과분을 영세민들에 대한 유류비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