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 출동 경찰 안전은 누가… 아이젠조차 없이 폭설현장 누비고 평복차림 구제역 동원

입력 2011-09-19 21:59


경찰관이 기본적인 보호장비도 없이 재해·재난 복구 현장에 투입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제복 없이 구제역 현장에 동원되고, 미끄럼 방지장비 없이 폭설 현장에 투입돼 안전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찰청이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재난복구 현장에 투입된 경찰관은 14만2589명이었다. 11월 구제역 파동으로 5만8666명이 동원됐고, 폭설 현장에 3만9682명이 투입됐다. 지난해 투입된 경찰관 수는 2006∼2009년의 2만5000∼7만7000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올해도 3월까지 13만158명이 투입됐다

그러나 출동에만 급급해 현장에 투입된 경찰관의 안전 문제는 소홀했다. 경찰은 구제역 현장용 방제복을 비치하지 않고 있다. 지난 구제역 파동 때도 일부 경찰관은 방제복 없이 방역초소에 동원됐다. 폭설 현장에 투입될 경찰관에게 지급할 미끄럼 방지장비도 없다. 경찰 관계자는 “재해·재난 복구 임무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것이고 현장에 투입되는 경찰관은 최대한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방제복을 착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측은 또 재난대비용 안전장비를 충분히 갖출 만큼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고 호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재해에 대한 안전장비까지 미리 보유할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방진·방독 마스크 6200여개는 2005년 구입한 것으로 내구연한 5년이 이미 지났지만 대부분 개봉되지도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경찰은 방진·방독 마스크를 구입하는 데 8800여만원을 사용했다.

이 의원은 “구제역, 우면산 산사태 등 재해가 날 때마다 현장에 투입되는 경찰관을 위한 안전대책은 크게 미흡하다”며 “재해 지역에 안전장비를 갖춘 지원팀이 신속히 출동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이 이 의원에게 제출한 다른 자료에 따르면 올 1∼7월 과로, 교통사고 등으로 숨진 경찰관은 58명이지만 순직자는 6명으로 순직자 처리 비율이 10.3%에 그쳤다. 2006∼2010년 사망한 경찰관이 20% 가까이 순직 처리된 것에 비하면 절반 정도 감소한 수치다. 이 의원은 “경찰관 순직 여부는 공무원연금공단이 처리 기준에 따라 판단하겠지만 살인적 스트레스에 노출된 경찰관의 사망에 대해 경찰청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