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 우려 환율이 흔들린다… 24.5원 급등 1137원
입력 2011-09-19 21:32
원·달러 환율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미국 신용등급 강등 당시에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원화 환율이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높아지면서 이달 들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식과 달리 매도세가 약했던 국내 채권까지 유럽계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팔면서 환율 변동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19일 원·달러 환율은 전 영업일보다 24.5원 급등한 1137.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29일(1146.4원)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유럽 은행권의 신용 경색이 심해지면서 원화자산을 팔고 보다 안전한 달러자산으로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8월말 대비 이날 현재 원화는 6% 이상 가치가 급락했다. 지난 주말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는 특별한 성과 없이 마무리돼 그리스 지원안은 다음 달로 연기됐다. 크고 작은 재정문제를 안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그리스를 지원할 입장이 못 된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달러 강세 상황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이날 금융시장은 원화가치 하락 외에 코스피가 19.16포인트(1.04%) 내린 1820.94로 장을 마쳤고 채권값도 급락하는 등 트리플 약세를 보였다. 외국인의 매도로 지표물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1% 포인트 폭등(채권값 폭락)한 3.51%에, 5년물 금리는 0.13% 포인트 뛴 3.61%에 각각 고시됐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 김철중 연구원은 “현재의 원화 약세는 주식 때문이 아니라 채권 매도 때문에 나타난 것이며 이것이 8월의 금융위기와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유출은 그리스 부도설이 두드러졌던 14일부터 확연해졌으며 이로 인해 환율 상승, 환차손에 따른 매도라는 악순환이 연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유럽증시 주요 지수들도 장을 열자마자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영국의 FTSE 100 지수를 비롯해 독일, 프랑스 증시 등은 이날 오후 8시 현재(한국시간) 지난주 종가 대비 각각 2∼3% 급락했다. 유로존을 주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방선거에 패하고 그리스 총리가 미국 방문을 취소한 뒤 각료회의를 주재한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는 평이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