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 독자출마 가닥… 한나라 후보와 대결 불가피
입력 2011-09-19 15:52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중도·보수 성향의 시민사회 단체들이 19일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범시민사회 진영’ 후보로 추대키로 했다. 이 전 처장이 한나라당의 줄기찬 입당 요청을 거절하고 사실상 독자 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한나라당은 범야권식 후보 단일화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 이 전 처장과 한나라당 후보 간의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8인 회의’의 대표 이갑산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전체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이 변호사를 범시민사회 진영 후보로 추대키로 했다”며 “21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모임은 중도·보수 성향의 26개 연합 단체 의견을 수렴하는 대표 기구로,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과정에서 결성됐다. 복지포퓰리즘반대국민운동본부, 선진과통일, 시변 등의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선대본부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처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에 들어가서 경선하지 않겠다는 것이 저나, 저를 추대하려는 시민사회 단체 전체의 뜻”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불과 이틀간의 여론조사 결과를 갖고 ‘버릴 카드’라고 하는 정치계에 환멸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 내부의 비토 분위기를 의식한 듯 “오늘 홍준표 대표와 통화하면서 ‘초대해 놓고 이럴 수 있느냐’고 했다”며 기성정치에 대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다만 이 전 처장 측은 막판까지 한나라당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은 열어 두고 있다.
이 전 처장에게 23일까지 입당을 결정하라며 막판 구애 작전을 펼쳤던 한나라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김정권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전 처장이 입당하면 짧은 기간에 어필할 기회를 충분히 주겠다”고 유인책까지 내놨지만 결국 수포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에선 나경원 최고위원 추대론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나 최고위원은 범야권 후보로 유력한 박원순 변호사와의 가상 대결에서 비록 지긴 했지만 여권에선 가장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겨레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17일 서울시민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양자 대결에서 나 최고위원은 46.8%를 얻어 48.2%를 얻은 박 변호사를 오차 범위 내에서 쫓고 있다. 추석 직후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해 봤을 때 나 최고위원은 박 변호사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힌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범여권 시민후보’ 타이틀을 앞세운 이 전 처장은 예상보다 파괴력이 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겨레 조사 결과 이 전 처장은 24.6%를 얻어 박 변호사(55.5%)에 한참 뒤졌고, 나머지 여론조사에서도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로 박 변호사에게 졌다.
향후 한나라당과 시민사회 진영이 극적으로 범야권식의 후보 단일화를 펼칠지, 아니면 각자의 길을 갈지에 따라 보선 판도 역시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