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영업정지 파문] “이번 검사는 특별 케이스… 위기 반복 될수도”

입력 2011-09-19 18:12

“이번 저축은행 검사는 특별한 경우다. 내년 검사 때는 저축은행들이 예년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저축은행을 둘러싼 부실 감독체계, 구조적 문제를 뿌리째 고치지 않는 한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가 금융당국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 숫자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검사 인력, 불법영업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업계 상황을 그대로 둔다면 이번 구조조정 조치가 ‘도루묵’이 된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85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330여명을 투입해 7주 동안 집중적으로 저축은행 경영진단을 했다. 그 결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양호한 재무비율을 자랑하던 저축은행에서 숨겨져 있던 부실과 불법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금융당국이 18일 발표한 영업정지 대상 7개 저축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모두 마이너스였다. 최대 -51%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이들 저축은행은 지난해 6월 금융감독원 검사에서는 높은 BIS 비율을 보였다. 토마토는 9.45%, 제일은 8.22%, 에이스는 8.51% 등이었다. 저축은행 건전성 기준인 5%는 물론 시중 은행 기준인 8%도 웃돌았다.

1년여 만에 BIS 비율이 최대 60% 포인트까지 급락한 데 대해 금융당국은 “회계 전문 인력까지 동원해 은폐된 부실과 불법 사항을 낱낱이 찾아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검사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그동안 저축은행 검사는 100여개에 이르는 저축은행을 각각 5명씩 돌아가며 2주씩 했다. 업체가 작정하고 부실과 불법을 숨기면 찾기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내년에는 저축은행들 BIS 비율이 지난해 6월 수치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올해 검사에서 쌓인 노하우가 반영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도 “노하우는 이전에도 있었다. 인력과 시간이 문제다”라고 토로했다. 이번에 아슬아슬하게 영업정지 철퇴를 피한 업체들이 양호한 재무비율 수치를 내세우며 다시 공격적 영업에 나선다 해도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명지대 경제학과 최창규 교수는 “이번 검사 결과는 그동안 저축은행 감독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드러낸 셈이다. 금융감독 체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숭실대 경영학부 장범식 교수는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이 불법영업에 유혹을 받지 않고 서민금융 본래 취지에 맞게 영업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편하고, 불법이 드러날 경우 그에 따른 손실을 철저히 회수하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