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매너·외모 3박자… 새내기 록 밴드 ‘톡식’ 연예 기획사 홀리다
입력 2011-09-19 21:23
이 팀 때문에 난리다. 내로라하는 연예 기획사 20여 곳이 이들을 데려가려고 줄을 섰다. 일본에서도 러브콜이 잇따른다. 2인조 록 밴드라는 독특한 구성에 현란한 연주 실력, 화려한 무대 매너까지 갖춘 데다 얼굴까지 잘 생겼기 때문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KBS 2TV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톱밴드’에 출연 중인 ‘톡식(Toxic)’이다. 김정우(24·보컬 및 기타)와 김슬옹(19·드럼)으로 구성된 톡식은 600여 팀이 상금 1억원을 놓고 겨루는 ‘톱밴드’에서 현재 8강까지 진출했다. 도대체 이 팀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밴드일까. 지난 16일 서울 동교동 한 카페에서 톡식을 만났다.
2000년대 중반 한 실용음악학원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원래 각자 활동하던 밴드가 있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지난해 여름 둘이 각각 소속돼 있던 팀이 해체됐다.
당시 김정우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음악 활동을 해나갈지 고민했지만 감이 안 잡혔다. 이때 연습실로 쓰던 합주실 사장님의 조언이 실마리가 됐다. 같은 합주실에 다니는 김슬옹과 ‘화이트 스트라입스(White Stripes)’ 같은 밴드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화이트 스트라입스’는 미국 2인조 밴드로 그래미상까지 수상한 팀이다.
김정우는 ‘이거다’ 싶었다. 그는 김슬옹에게 평소 호감을 갖고 있었다. “슬옹이는 중학교 때부터 천재 소리 들었던 아이예요. 보통 천재 소리 듣는 사람 보면 노력은 별로 안 하는데 슬옹이는 연습도 정말 열심히 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김정우의 제안을 김슬옹은 바로 승낙했다. ‘밴드를 하면 우리 팀 기타리스트가 정우 형이었으면 좋겠다’고 평소 생각해왔을 만큼 이전부터 김정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고 정말 설레더라고요. ‘나도 이제 열심히 밴드 활동 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구나’ 싶었죠.”
지난해 9월부터 두 사람은 합주실에 틀어박혀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정오부터 자정까지, 매일 12시간씩 연습했다. 5∼6시간은 합주에, 나머지 시간은 개인 연습에 할애했다. 지난 1년 동안 쉰 날은 추석과 설날, 이틀뿐이다. 술자리도 피했고 여행을 간 적도 없다. 그러던 중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밴드 ‘아이씨사이다(Icycider)’로부터 톱밴드라는 프로그램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두 사람은 궁금했다. ‘과연 우리 팀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두 사람은 출전을 결심했다.
방송이 나가면서 톡식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음악을 개성 있게 해석해 내는 솜씨와 기타 드럼만으로 풍성한 사운드를 내뿜는 연주력에 대해 기성 뮤지션들의 격찬이 이어졌다. “저런 천재들이 아직까지 왜 음반을 내지 않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김종진), “(참가팀 중에서) 감성을 자극하는 사람들은 많이 봤지만 본능을 자극하는 음악은 처음이다”(유영석)….
특히 이들이 지난 10일 ‘브로큰 발렌타인(Broken Valentine)’과 펼친 16강전은 크게 회자됐다. 브로큰 발렌타인은 2008년 아시아 최대 규모 아마추어 밴드 경연 대회인 ‘아시안 비트 그랜드 파이널’에서 우승한 실력파 밴드. 사람들은 두 팀의 대결을 ‘미리 보는 결승전’으로 봤다. 톡식은 ‘나 어떡해’를 특유의 파워 넘치는 사운드로 재해석해 호평을 이끌어냈다.
두 사람은 당시 경쟁한 브로큰 발렌타인에 대해 무한한 존경심과 애정을 표시했다. 김슬옹은 “대단한 형님들 앞에서 저희가 틀리지 않고 연주했다는 것 자체가 만족스러웠다”며 뿌듯해했다.
원래 24강 진출이 목표였다는 두 사람은 이제 우승을 넘보고 있다. 우승을 향한 집념이 생긴 이유는 브로큰 발렌타인 때문이다. 김슬옹은 “브로큰 발렌타인 형들이 바통을 넘겨준 만큼 반드시 우승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금 1억원을 받으면 어디에 쓸 것인지를 묻자 “할아버지 할머니께 여행을 보내드리고 싶다”고 했다.
톡식은 롤모델로 산울림을 꼽았다. 자신들과 음악적 색깔은 다르지만 산울림이 ‘해석의 여지가 많은 음악’을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면서 “평생 음악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입을 모았다.
“평생 음악 하는 게 쉬워 보여도 어려운 일이잖아요. 경제적 여유가 있더라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못하는 거니까요. 저희를 좋아해주시는 분들, 저희 음악을 인정해주시는 분들을 위해 계속 열심히 할 겁니다.”(김정우)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