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영업정지 파문] “정부도 은행도 못믿겠다” 예금자들 아침부터 북새통

입력 2011-09-19 21:45


영업 첫날 대상 아닌 ‘토마토2’도 예금인출 불똥

“23일 151번… 대기 순번이 150번대면 금요일 오후 1시에 오시면 됩니다. 오늘은 어차피 예금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날까지 돈이 남아 있기는 한 겁니까? 정부도 못 믿고 은행도 못 믿겠습니다.”

19일 오전 서울 명동5가 토마토2저축은행 명동지점. 7개 부실 저축은행 영업정지의 불똥이 영업정지 대상이 아닌 토마토2저축은행에 튀었다. 모기업인 토마토저축은행 영업정지 소식에 불안해진 예금자들이 아침부터 예금 인출을 위해 지점으로 몰려들었다. 은행은 아예 지점 안에 있는 순번대기표 기계를 치워 버리고, 지점 밖에서 20일부터의 순번대기표를 예금자들에게 미리 나눠 줬다. 하루에 250명씩 준비된 23일까지의 순번대기표 1000장이 오후 12시8분에 벌써 사라져 버렸다.

지점 안은 예금의 안전을 확인하려는 예금자들로 북새통이었다. 접속 폭주로 인터넷뱅킹이 마비되자 불안한 마음에 직접 방문했다는 이들도 많았다. 7개 창구는 개점 때부터 쉬지 않고 풀가동됐다. 창구를 찾은 대부분이 예금 보호를 받는 5000만원 이하로 예금액을 낮추려는 고객들이었다. 은행 직원들이 “토마토2저축은행은 현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고, 영업정지된 토마토저축은행과 다른 법인”이라고 강조했지만 소용없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날 토마토2저축은행의 예금 인출액은 총 수신(1조5000억원)의 3%인 4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 관계자는 “평소에는 예금 인출이 있어도 20∼30억원 수준에서 움직였는데, 이날은 15∼20배가량 더 빠져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1억원가량을 예치해 뒀다는 장승욱(72)씨는 “불과 얼마 전 부산 지역에서도 저축은행 하나가 파산하자 다른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하지 않았느냐”며 “토마토2가 토마토와 다르다고 하는 것부터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전 10시40분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를 막기 위해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직접 지점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약정기간 13개월, 복리로 연이율 5.5%를 적용하는 정기예금 상품에 2000만원을 예치했다.

김 위원장은 통장을 개설한 뒤 마이크를 잡고 지점에 모인 예금자들을 향해 “토마토2저축은행은 BIS 비율 6.26%인 정상 저축은행으로, 예금자 여러분께서는 동요할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예금자들은 “돈 안 빼도 됩니까” “여기는 믿어도 됩니까” “후순위채권은 어떻게 되는 건지 얘기 좀 해주세요”라고 아우성치며 김 위원장을 쫓아오기도 했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는 분노한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부산 좌동 파랑새저축은행 본점을 찾은 이모(63·여)씨는 “추가 영업정지 조치는 없다는 정부의 말만 믿었는데 이렇게 당했다”며 “서민들을 울리는 저축은행 정책을 진작 뜯어고쳤어야 했다”고 분노했다.

인천 구월동 에이스저축은행 대로변에는 이날 오후 2시쯤 투자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경찰차 2대가 출동해 상황을 주시하는 등 긴장감이 돌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영업정지된 7곳과 토마토2저축은행을 제외한 다른 저축은행은 차분하고 평온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경원 기자, 인천=정창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