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인재사랑은 끝이 없어라… 남편은 3년전 300억·부인은 50억 KAIST에 기부
입력 2011-09-19 21:01
“저의 작은 정성이 카이스트(KAIST) 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하기가 어렵지 두 번째는 쉽습니다. 기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삼열(61·경기도 용인시) 여사가 19일 카이스트 서울캠퍼스에서 서남표 총장에게 50억원 상당의 부동산(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조안리 소재)을 발전기금으로 기탁했다. 남편 김병호(70) 전 서전농원 대표도 2009년 서전농원을 포함한 3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카이스트에 기부했다. 기부에서의 부창부수(夫唱婦隨)이다.
이 부부의 기부액은 카이스트에 기부했던 거액 기부자나 그 가족의 재기부 금액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이다.
김 여사는 “남편의 기부로 올해 5월 카이스트에 ‘김병호·김삼열 IT융합센터’가 착공되는 것을 보고 나라 발전을 위해 정말 큰일을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원래는 내년 12월 IT융합센터가 완공되는 날 추가 기부 의사를 밝힐 생각이었는데 카이스트가 유용하게 사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한시라도 빨리 내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기부한 부동산은 김 여사 부부가 결혼 30주년을 기념해 별장을 지으려던 곳이었다. 김 여사는 별장을 짓는 것도 좋겠지만 여러 사람과 나눔의 기쁨을 함께하면 훨씬 가치 있게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 기부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김 여사 부부는 현재 경기도 용인시의 한 실버타운에 살고 있다.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두고 있으며, 아들은 서울에서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 김 여사는 “아들 부부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지만 국가 발전은 물론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 카이스트 구성원들을 떠올리고는 생각을 굳혔다”면서 “남편도 기꺼이 내 뜻에 동조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서울에서 식당일과 운수업 등을 하며 갖은 고생 끝에 재산을 모았다.
서 총장은 “김 여사의 이번 기부가 ‘기부 바이러스’ 확산에 새 장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김 여사의 뜻이 오래 기억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곳에 귀하게 쓰겠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앞서 김 여사의 남편 김 전 대표는 ‘돈을 버는 것은 기술, 쓰는 것은 예술’이라는 신조 아래 2009년 8월 경기도 용인시 서전농원과 논밭 등 부동산 9만4578㎡를 카이스트에 기부했다.
김 여사 부부는 2009년 발전기금을 기부한 이후에도 그동안 틈틈이 2000여만원을 카이스트에 전달했다.
부부는 평소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말해 왔고, 커피숍을 운영하는 아들도 이 뜻에 따라 매달 일정 금액을 유니세프 등에 후원금으로 내놓고 있다. 기부를 생활화하고 있는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으로 귀감이 되고 있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