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기독교’ 언론보도 어떻게 할 것인가… NCCK 총무 김영주 목사
입력 2011-09-18 20:57
2000년대 들어 나타난 불미스러운 현상 중 하나는 TV 고발프로그램에 한국교회가 단골 메뉴로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부 교회의 잘못을 마치 한국교회 전체의 잘못인양 몰아가는 매스컴의 행태는 2007년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선교대원 피랍사건 때 정점에 이르렀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는 아예 기독교를 ‘븇독교’로 낙인찍고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사실 ‘안티 기독교’ 프레임은 인터넷과 TV 고발프로그램 영향이 적잖다. 그럼에도 개교회주의가 팽배한 한국교회는 남의 집 불구경 하듯 이렇다할 대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17일 한국교회 대표적 진보 인사로 꼽히는 김영주(59)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를 만나 이 문제 대한 대처방안을 들어봤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교회에 대한 매스 미디어의 악의적인 공격이 도를 넘었다는 위기감이 한국교회 보수뿐만 아니라 진보진영에까지 확산돼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교회가 자성해야 할 부분을 언론이 지적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언론의 행태가 너무 지나칠 때가 있습니다. 아마도 기독교가 사회의 주류세력으로 들어서면서 그런 과도한 비판을 하는 것 같습니다. 장로 대통령이 싫으니 교회도 싫고 모든 게 다 싫은 겁니다. 한마디로 역차별을 당하는 거죠.”
-선정적 저널리즘의 문제는 무엇입니까.
“교회도 사회 속 하나의 집단입니다. 어느 집단이든 문제가 있기에 긍정과 부정이 상존합니다. 그런데 언론은 한국교회의 많은 순기능보단 역기능만 부각시킵니다. 심지어 모 신문은 한국교회를 비난하는 사설을 실을 정도입니다. 균형감각을 상실한 것이죠. 지나치게 부정적인 것만 골라 침소봉대하는 것은 분명 가혹한 처사입니다. 한국교회는 자정능력이 있습니다. 종교 스스로가 자정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게 성숙한 언론의 자세, 덕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모 방송사가 또다시 몇몇 교회를 지목하고 고발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우리 성직자 모두의 삶이 아무런 흠결 없이, 백옥같이 하얗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목회자도 인간이기에 실수가 있을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언론이 도달할 수 없는 높은 척도를 세워놓고 한 목회자의 삶을 두고 이렇다 저렇다 재단해 버리는 것은 너무 성급한 행동이 아닐까요.”
-목회자 가족문제를 다루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개인의 삶, 특히 가족 간의 일을 언론이 나서서 너무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대형교회가 되기까지 가족의 희생이 있었을 것이고 아픔도 있었을 것입니다. 저도 두 남매를 키우는데 사회운동 하느라 잘 돌봐주지 못해 큰 짐으로 남아 있습니다. 목회자로서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개인의 삶은 그대로 남겨두는 게 어떻겠습니까. 가족 일까지 들춰내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요. 방송사도 공적 기관 아닙니까. 지금도 오지에서 성실하게 목회하는 목회자가 많습니다. 이런 개인적인 문제까지 들춰내면서 기독교를 잘못 인식시켜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족 문제는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고 봐요.”
-성직자끼리 불미스러운 폭행사고가 나도 특정종교는 일절 보도되지 않지만 기독교는 시시콜콜한 것까지 공개됩니다.
“특정종교는 대구 팔공산 테마공원 문제에서 볼 수 있듯 전체가 하나 돼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구에서 문제가 터지면 대구 교계만의 문제고 개교회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개교회의 문제가 돼 버립니다. 특정종교가 조직적인 것은 하나의 리더십을 세우고 거기에 맞게 충분한 예우와 뒷받침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쪽은 하나의 리더십이 전체 종단을 대표하고 언론과 대사회적 활동을 총괄하는 직제가 운영되고 있어요. 한국교회도 이런 문제에 대처하려면 교파나 진보, 보수를 떠나 하나 된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언론이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문제를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항변합니다. 하지만 대중은 여전히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 같습니다.
“대중은 개교회가 선한 일을 하면 절대 기독교가 좋은 일을 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교회 문제가 터지면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로 등치시킨다는 사실을 간파해야 해요. 대광고교 사태에서 볼 수 있듯 한국교회가 너무 안이하게 손을 놓고 있었어요. 해외에서 선교사들이 거룩한 헌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참 훌륭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공격적인 선교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뭡니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고려나 배려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념이 다른 사람을 합류시키고 기독교의 신념 믿음 확신을 소개하고 이해시키는 테크닉이 부족했던 거죠.”
-이대로 가다간 다음세대가 한국사회에서 신앙생활 하는 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엄습할 때가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우리 신앙 선배들은 기독교 정신 아래 헌신적인 민족 사랑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것이 한국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쳤고 민중은 교회에서 희망을 보고 몰려들었습니다. 우리는 선배들이 세운 그 기반 위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이런 상황은 심각한 결과로 나타날 것입니다. 나중에 우리 후배들이 그때 뭘 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대안이 없는 것일까요.
“기독교 정신을 곡해하고 오해하게 하는 잘못된 문화를 제거해야 합니다. 특히 악영향을 미치는 조직적 음해세력으로부터 한국교회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또 타 종교와 서로 충돌과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다종교 다문화 사회에서 어떻게 자기 정체성을 지키면서 기독교 정신을 알릴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죠. NCCK 한국교회발전연구원과 같은 조직이 그런 역할을 담당했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