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쇼 조종사 ‘살신성인’… 관중석 한복판 떨어지다 급선회 피해줄여

입력 2011-09-18 19:13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에서 발생한 에어쇼 추락 사고에서 조종사의 살신성인이 희생자를 줄인 것으로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이날 오후 네바다주 리노에서 열린 ‘내셔널 챔피언십 에어 레이스’ 무제한급 예선에 참가한 P-51 머스탱 전투기가 관중석에 추락해 조종사 포함 9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다쳤다. 머스탱은 2차 세계대전 때 투입됐던 구형 전투기로 지금은 민간용으로 많이 쓰인다. 조종사 지미 리워드(74)는 1975년부터 리노 에어쇼에 참가했고 여러 영화에서 스턴트 조종사로 활약한 베테랑이었다.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조종사의 희생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여러 목격자들에 따르면 조종사는 관중석에 충돌하지 않으려고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조종간을 잡았다. 에어쇼에 참가했던 벤 시셀은 “전투기가 관중석 100피트(약 30m) 앞에 추락했다”면서 “그가 추락 직전 관중들을 보고 비행기를 급상승시켜 200∼300명을 살렸다”고 전했다. 또 다른 목격자 킴 폰다는 “이제 죽는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비행기가 갑자기 꺾여 좌석에서 25피트 떨어진 곳에 추락했다”면서 “그는 영웅이라는 걸 가족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에어쇼를 주최한 리노에어레이싱협회 마이크 호튼 회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전투기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사를 맡은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 마크 로즈킨드 위원은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에는 6∼9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음 날 웨스트버지니아주 마틴스버그에서 열린 에어쇼에서도 구형인 T-28 기종의 전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