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체험’ 김문수 경기도지사… “도민들과 깊이있는 만남 큰 의미”

입력 2011-09-19 00:07


“지금까지 이보다 더 깊이 도민들과 만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18일 오전 11시50시분쯤 경기도 이천시내 한 음식점에 28번째 택시기사 체험 민생탐방을 마치고 도착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2년8개월간의 긴 택시운행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앞서 흰색 운동화에 쥐색 등산복바지 차림으로 택시에서 내린 김 지사는 “오전 9시부터 택시운전을 해 5000원밖에 못 벌었다”고 조크했다.

김 지사는 그동안 경기도 내 31개 시·군을 모두 돌아봤다는 데 큰 의미를 뒀다. 2009년 1월 27일 수원을 시작으로 도내 전역을 거의 한 바퀴 돈 셈이다. 경기도 택시영업권은 25곳으로 안양·군포·의왕·과천 권역, 구리·남양주 권역, 오산·화성 권역, 하남·광주 권역이다. 과천·의왕·남양주시만 빼놓고 다 돌아봤다. 김 지사는 미처 못 간 지역들에 대해 10월 중 체험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는 택시기사 체험을 통해 얻은 도민들의 의견이나 느낀 점 등은 도정(道政)에 즉각 반영시켰다. “많은 보고서 중 안 맞는 것도 많은데 이는 책상에 앉아 엉뚱한 얘기를 하기 때문”이라며 “어떤 생생한 보고서도 현장에서 당사자들을 만나 듣는 것보다 못하다”고 공무원들에게 현장에 나가 볼 것을 주문했다.

김 지사의 택시기사 체험에 대해 처음엔 ‘정치쇼’라는 비판도 많았다. 보여주기 위한 일회성 행사로 간주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주변에서 “택시 면허까지 취득하며 보여줬던 열정이 단순히 개인적 치적 쌓기나 홍보 효과를 노린 게 아니길 바란다”는 우려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에 개의치 않았다. 그는 “쇼가 분명하지만 그냥 쇼가 아니다. 하루 12시간씩 택시를 운행하는 힘든 쇼”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하루 종일 택시를 몰며 진땀을 흘려 보면 이 도시가 어떤 도시인지 정확하게 파악된다며 택시기사 체험 예찬론을 펼쳤다.

택시 운행은 일정이 없는 주말을 선택해 토·일요일에 했다. 8~12시간씩 운행해 운전시간만도 236시간이었고, 주행거리는 3080㎞에 달했다. 총 177만120원을 벌어 사납금과 가스료로 166만7000원을 냈고, 10만3120원은 택시회사에 기부했다.

택시기사 체험기간 중 많은 얘깃거리를 만들었다. 김 지사를 알아본 손님이 정작 목적지에서 요금을 내지 않은 채 내리는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김 지사는 28번의 택시기사 체험 중 12번이나 사납금을 채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파주에서는 군복무 중인 외손자를 면회 온 70대 할머니를 모시고 부대를 찾아 헤매는 바람에 손해를 많이 봤다. 기본요금 거리에 있다는 말만 믿고 운행에 나섰기 때문에 약속대로 기본요금만 받고 할머니를 모셔야 했다.

김 지사는 “지역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경기도의 공통된 문제는 대중교통 문제로 서울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보다 더 짧은 시간에 경기도 구석구석을 잘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현장 접근적 도정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이천=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