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중국 정부 ‘인터넷 언론’ 고민
입력 2011-09-18 19:12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 운영업체인 사나닷컴이 최근 사회주의 핵심가치를 널리 알리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본보 9월 15일자 12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명은 유해한 왜곡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당국의 힘이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중국공산당 이념을 전파하는 당 직속기관인 중앙선전부 류윈산(劉雲山) 부장의 말이다. 류 부장은 시나닷컴이 성명을 발표하기 이틀 전인 지난 7일 인민대회당 베이징팅(北京廳)에서 인민일보사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 한국과 일본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토로했다.
이러한 발언은 ‘7·23 고속철 추돌 참사’ 이후 웨이보에서 봇물처럼 쏟아졌던 정부 비판 목소리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중국 정부는 지금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지 않나요”라는 질문에 “도전뿐 아니라 아주 심각한 시련 또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최근 지적한 ‘4대 위기’ 중 하나인 ‘능력 부족의 위기’를 새삼 깨닫는다고도 했다. 인터넷의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 부족함을 절실히 느낀다는 얘기였다.
그가 소개한 중국의 인터넷 현황을 보면 네티즌 5억명에다 웨이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자가 3억명이다. 100만명 이상 팔로어를 가진 파워블로거만 해도 수천명이나 된다. 제도권 언론으로는 2000여개 신문사, 2000여개 TV·라디오 방송국, 2000여개 잡지사가 있다.
중국에서 언론은 공산당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주요 무기이자 인민을 상대로 한 선전공작 수단이었다. 이는 중국공산당이 창당 초기인 1924년 조직부 등과 함께 선전부를 먼저 설립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그랬기에 언론은 당의 ‘목구멍과 혀(喉舌)’로 불렸다.
당 정치국 위원(25명)인 류 부장은 상무위원(9명) 후보로 꼽힐 만큼 유력자다. 그의 말에는 ‘인터넷 언론’이 자칫 체제를 흔들 수도 있다는 중국 지도부의 절박함이 배어 있었다. 동시에 아직은 체제 수호가 먼저지만 후 주석이 지적한 ‘부패의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있어서 언론의 기능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고민도 담겨 있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