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7곳 영업정지] 7개銀 패닉… 고객들 “당국 뭐했나”

입력 2011-09-18 23:46

영업이 정지된 7개 저축은행과 고객들은 공포와 충격 속에 하루를 보냈다. 해당 저축은행들은 금융당국에 제출한 자구안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표하며 대책을 고심했다. 발표에서 제외된 저축은행들도 혹여나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했다.

18일 낮 12시쯤 예금보험공사 직원들이 7개 저축은행 본사에 일제히 들어가 전산망을 장악하자 해당 은행들은 패닉에 빠졌다.

업계 2위인 토마토저축은행 관계자는 “하루 내내 모든 직원이 정신이 없었다”며 “구체적인 자산 매각 계획 등 실효성 있는 자구안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고 섭섭함을 내비쳤다. 이어 “고객들에게 죄송하다”며 “지금은 당면한 현실을 어떻게 잘 정리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제일저축은행 관계자도 “영업조치 발표 이후 한동안 손을 놓고 망연자실한 분위기였다”며 “우리 의견 중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프라임저축은행 관계자 역시 “그동안 금융당국과 논의했던 과정에서 부실을 처리하기 위한 여러 계획을 보고했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올 줄 몰랐다”며 “지금은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발표에서 제외된 다른 저축은행들의 긴장도 고조됐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번 발표에서 빠진 6개 저축은행이 금방 자구책을 마련해 정상화될지 의문”이라며 “저축은행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해 중소형 저축은행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도 “대형 저축은행까지 무너졌다는 사실에 고객들의 충격이 클 것”이라며 “여파가 없도록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해당 저축은행 고객들은 불안과 분노에 휩싸였다. 특히 올 초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겪은 부산 지역 고객들의 충격이 컸다. 부산 좌동에 본사를 둔 파랑새 저축은행에는 영업정지 보도가 난 직후 고객들이 찾아와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예금자 정모(57)씨는 “정부가 더 이상의 저축은행 영업정지는 없다고 해놓고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인천 구월동 에이스저축은행 본사에도 예금자들의 항의 방문이 이어졌다. 이 은행에 5000만원을 예금한 한모(51)씨는 “에이스저축은행은 안전하다고 해서 넣어뒀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터져 황당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건물에 들어서려는 고객 60여명과 용역업체 직원들 사이에서 실랑이도 벌어졌다.

대형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대형 저축은행은 안전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와 돈을 빼지 않았는데 당장 생계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글이 수백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결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토마토저축은행에 들어 놨던 적금 만기가 이달 26일인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호소했다. 다른 네티즌은 “대형 저축은행까지 무너졌으니 이제 1금융권 아니면 마음을 놓을 곳이 없다”고 글을 올렸다.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 네티즌은 “부산저축은행 사태 이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대형 저축은행들에 자구안 마련을 지시하지 못한 금융감독원이 원망스럽다”며 “금융감독기관이 사전에 감독하지 못한 인재다”라고 꼬집었다.

전 직장 퇴직금을 제일과 프라임저축은행에 분산 예치해 뒀던 회사원 김모(37·여)씨는 “5000만원 이내로 맡기긴 했지만 부산저축은행 사태도 있고 해서 내 돈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