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 당일 오후 3시 예비전력 블랙아웃 직전상황이었다
입력 2011-09-18 23:26
지난 15일 정전사태는 전력거래소의 허위 보고와 지시 불이행, 부실 대응이 총체적으로 빚은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전이 발생한 15일 오후 3시 전력예비력은 당초 전력거래소 발표에 크게 밑도는 24만㎾에 불과했다. 자칫 전국의 모든 전력이 한꺼번에 끊길 수 있는 상황까지 갔던 것이다.
지식경제부와 전력거래소는 당초 순환정전에 들어간 15일 오후 3시 전력예비력이 148만9000㎾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경부의 18일 발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전력예비력이 24만㎾까지 떨어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경부 관계자는 “예비력이 바닥나면 전국에서 동시에 정전이 발생하는 블랙아웃 상태가 된다”며 “예비력이 제로가 되지 않더라도 24만㎾ 정도까지 떨어지면 언제든 블랙아웃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국의 전기가 한꺼번에 끊길 수 있는 초비상 사태였던 셈이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이를 전력거래소의 허위 보고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 장관은 브리핑에서 “당일 오후 2시30분까지 전력거래소가 보고한 예비력은 350만㎾였다”며 “이는 허위 보고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장관에 따르면 발전기는 약 5시간 동안 예열이 필요한데 전력거래소는 예열 지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 능력에 포함시키는 바람에 예비력에서 202만㎾의 오차가 생겼다. 따라서 실제 필요한 상황에서 발전기가 가동되지 않아 실제 예비력은 148만9000㎾에 불과했고 그나마 이런 수치는 3시쯤 통보됐다. 게다가 148만9000㎾ 속에는 주파수가 맞지 않아 쓸 수 없는 용량이 포함돼 있어 가용 예비력은 24만㎾에 불과했다.
이상 조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고가 안 된 점도 문제였다.
최 장관은 “만일 당일 오전 10시 양수발전기가 가동된 시점이나 자율절전 전압조정 시점인 낮 12시쯤에만 지경부에 통보됐다면 대형 건물 냉방기를 끄는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는데 시간적 여유를 가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절기 비상대책을 ‘9월 23일까지 3주간 연장한다’는 공문을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에 보냈는데도 정비를 위해 발전소 가동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국회 지식경제위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전력거래소는 늦더위를 고려해 발전소 비상가동 시기를 1주일 늦췄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거짓”이라며 “당진석탄화력 8호기는 당초 예정일보다 13일 빠른 5일 정비를 개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전력거래소의 허위 보고와 발전 자회사의 무사안일, 이들 기관을 관리 감독하는 지경부의 태만 등 총체적으로 ‘나사’가 빠져 있었던 셈이다.
지경부는 이번 정전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보상키로 하고 보상지침을 마련할 방침이다. 지경부는 20일 오전 9시부터 전국의 한국전력 지점과 한국산업단지공단, 중소기업진흥공단 및 각 지역본부, 전국 소상공인지원센터 등에 피해신고센터를 열어 보상 신청을 받기로 했다. 종합안내는 국번 없이 123(한전 고객센터)을 통해 하기로 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