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지원’…올 수시도 과열

입력 2011-09-19 00:18


지난 16일 마감된 2012학년도 한양대 수시모집(서울·에리카 캠퍼스)에 무려 11만1924명이 지원해 응시자가 가장 많았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가 69만여명임을 감안하면 수험생 6명 중 1명이 지원한 것이다. 2012학년도 수시모집 응시자가 급증, 경쟁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면서 수시 과열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 주요 대학 33곳의 수시 경쟁률은 평균 33.28대 1을 기록해 지난해에 비해 급등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수시 폭증으로 정상 수업 진행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학생들이 ‘묻지마식’으로 여러 대학에 지원한 뒤 지원 대학 경쟁률에 따라 일희일비한다는 것이다. 조효완 은광여교 교사는 “수시를 많이 뽑으면서 준비가 전혀 안 된 학생들까지 너도나도 논술을 보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대학은 수시 전형 유형을 매년 늘리고 전형 간 복수지원을 허용하며 수시 지원을 유도하고 있다. 올해 수시 응시자가 크게 늘면서 대학은 사상 최대 전형료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시 전형료는 보통 7만~10만원이다. 지난해 전국 181개 4년제 대학이 벌어들인 전형료 수입은 2295억원이었다.

수시 과열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수시 중복지원으로 수험생 시간 낭비, 학부모 비용 부담 등 문제가 제기되면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7월 수시 지원 횟수를 5회로 제한하는 시안을 발표했지만 대학 반발에 부닥쳐 결국 무산됐다. 이에 따라 지원 횟수 제한 등 제도적 개선책 마련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유달리 쉬운 수능이 예고된 점을 수시 폭발의 원인으로 꼽았다. 상위권 학생이 1~2문제 실수로 등급이 바뀔 것을 우려해 수능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수시모집에 몰렸다는 것이다. 수시 지원을 ‘보험용’으로 활용하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올해는 수능 전에 합격자를 발표하는 수시 1차보다 수능 후 논술 등 대학별 고사가 시작되는 수시 2차 경쟁률이 훨씬 높았다. 이만기 유웨이중앙 평가이사는 “일단 수시 2차에 원서를 접수해놓고 수능 성적을 본 뒤 응시 여부를 결정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이 매년 수시모집으로 정원의 60% 이상을 선발하면서 수시가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된 점, 올해부터 수시 미등록자 충원 기간이 생긴 점도 지원 급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