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확보 바쁜 유럽계 투자자들…채권시장 이탈 가속

입력 2011-09-18 23:55

최근 유럽계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보다 채권시장에서 더 많이 빠져나가고 있다. 프랑스 대형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뒤 외국 투자자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안전자산인 채권까지 처분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6일까지 유럽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 8291억원어치를 순유출했다.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7거래일 연속 순유출이 계속됐었다.

같은 기간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유럽계 자금은 1조290억원으로, 주식시장보다 유출 규모가 컸다. 유럽계 자금 이탈은 지난 8일부터 계속 진행 중이다. 미국(2701억원)과 말레이시아(3138억원) 등이 한국 채권을 산 것과 대조적이다.

이달 말까지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채권시장에서의 월 단위 외국인 자금 순유출은 지난 1월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이 된다. 유럽계 자금이 3개월째 채권시장을 이탈하며 외국인의 ‘팔자’ 전환을 이끌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6월 채권시장에 2176억원을 투자했다가 7월에 5681억원, 8월에 1조686억원을 각각 순유출했다. 이번 달에도 16일까지 2185억원이 빠져나가며 순유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영국은 순유출 금액이 7월 296억원, 8월 2600억원에 이어 9월에는 이미 16일까지 7617억원이 빠져나가 규모가 커지고 있다.

유럽 투자자들이 국내 채권까지 처분한 것은 그만큼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무디스가 지난 14일 프랑스의 2, 3위 은행인 소시에테 제네랄과 크레디 아그리콜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할 정도로 유럽 재정 상황은 좋지 않다.

박혁수 현대증권 채권팀장은 “유럽계 자금이 채권시장에서 계속 빠져나갈 것”이라며 “재정위기에 대한 가시적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유동성 확보에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