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에 눌린 한국… 반년 새 18만명이나 늘어
입력 2011-09-18 18:46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소하던 금융권 연체자 규모가 올 들어 증가세로 반전하며 상반기에만 18만명 급증했다. 기업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비율도 늘고 있어 하반기 경기하강과 맞물려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가계부채가 국내 경제회복의 가장 큰 장애라는 국제 금융계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개인기업 연체 동반 급등=18일 금융권 및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1만9570명이던 금융기관 연체자 수는 올해 6월 109만8878명으로 반년 새 무려 17만9408명(19.5%)이나 늘었다. 이는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후 연체자 수가 처음으로 반전된 것이다.
2008년 말 121만4731명에 달했던 연체자 수는 2009년 말 103만2630명으로 일년 새 17만명 가까이 줄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13만명가량 또 줄어들었다.
일부 시중은행의 연체율은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높아진 상황이다. 금융위기 후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09년 3월 말 0.6%로 최고조에 달했다가 내려갔지만 올해 7월 말 연체율이 무려 0.77%에 달한다. 하나은행도 올해 7월 말 신용대출 연체율이 0.88%로 금융위기 후 최고치였던 2009년 6월 말 0.97%에 육박하고 있고 국민은행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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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못 갚기는 개인고객뿐 아니라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신용보증기금이 빚을 갚지 못한 기업 대신 대출금을 갚아준 비율(대위변제율)은 올해 8월 말 전체 보증금 대비 3.6%까지 높아졌다. 6월 말에는 4.0%까지 치솟았었다. 대위변제율은 2009년 6월 말 4.2%였다.
최근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억제하면서 대출 연체율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카드론 연체율 상승=대출길이 막힌 서민들이 카드론으로 몰리면서 신용카드사의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연체율이 동반 상승했다.
금융감독원이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성헌(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6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연체율은 2.3%로 지난해 말(2.0%)보다 0.3% 포인트 상승했다.
회사별로는 신한카드의 카드론 연체율이 3.6%로 가장 높았다. 카드론과 함께 현금서비스 연체율도 동반 상승했다. 전업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2.5%로 지난해 말(2.3%)보다 0.2% 포인트 올라갔다.
◇SC “가계부채가 韓경제 장애”=글로벌 금융그룹인 스탠다드차타드(SC)는 최근 한국 경제보고서를 통해 “가계 문제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SC는 가계부채 문제가 앞으로 내수 성장에 가장 큰 악재가 될 것이라면서, 과도한 가계부채는 여신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통해 내수 경제의 장기안정 기조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C는 “정책 당국자들이 가계부채 대책을 집행하는 데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겠지만 정책 오류의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