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열개라도 모자란 사이버수사… 경찰관 1인당 연간 127개사건 맡아 진땀

입력 2011-09-18 18:35

해킹 등 사이버 범죄와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고 있지만 경찰의 사이버 수사 및 통역 인력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사이버 범죄는 12만2909건에 이르지만 사이버 수사 인력은 963명에 불과했다. 경찰관 1명당 한 해 평균 127.6건을 담당하는 셈이다. 이 의원은 “주요 기관 정보시스템을 파괴하는 사이버 테러는 2008∼2010년 2만건 가까이 발생했는데 매년 3000여건은 범인을 잡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최근 한 의경이 조현오 경찰청장의 이메일을 해킹하는 등 경찰전산망 보안도 취약해 경찰이 사이버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전국 경찰관 중 통역 인력은 866명에 불과해 민간통역사 2811명이 임시로 동원되고 있다. 외국인 범죄는 올 들어 7월까지 1만6460건이 발생해 지난해 8월까지 발생한 1만4632건을 이미 넘어섰다. 이 의원은 “외국인 범죄자를 체포해도 언어소통 문제로 즉각 수사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일선 수사인력이 부족하지만 경찰청이 본청 인력만 늘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찰청이 국회 행안위 소속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찰청 본청 근무 인원은 999명으로 법정정원 881명을 13.3% 초과했다. 2009년 10.6%에서 3% 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올 8월에도 15.2%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지구대·파출소 근무 경찰은 4만1393명으로 법정 정원 4만2564명을 채우지 못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주요 50개국(G50) 핵안보정상회의팀과 수사구조개혁단 등 본청의 태스크포스 100여명이 법정정원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