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7곳 영업정지] BIS비율 최저 -51.1%… 환부 도려 냈지만 불안 여전

입력 2011-09-18 23:40


금융 당국의 수술대에 오른 부실 저축은행의 실태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대형 업체조차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기준에 턱없이 못 미쳤다. 1년 새 재무건전성 비율이 급강하, 그동안의 건전성 평가가 허점투성이였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당국의 외과수술이 성공적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경영진단 대상 85개 중 78개를 아무 설명 없이 ‘정상’으로 분류한 조치는 시장을 안심시키기는커녕 불안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1년 새 BIS 비율 60% 급락도=영업정지 대상 7개 저축은행의 상태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BIS 비율을 보면 당초 영업정지 기준이었던 ‘1% 미만’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었다. 업계 2위를 자랑했던 토마토저축은행은 BIS 비율이 -11.47%였고 총자산을 넘어서는 부채 규모는 4419억원에 달했다. 업계 3위로 상장사인 제일저축은행도 BIS 비율 -8.81%에 자산을 초과하는 부채가 2070억원 규모였다. 에이스저축은행은 BIS 비율이 무려 -51.10%에 달했다.



BIS 비율이 -51%라는 것은 쉽게 말해 은행이 보유한 위험가중자산 즉 부동산, 민간채권 등 안전성이 떨어지는 자산과 비교할 때 자기자본이 절반도 안 된다는 뜻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은행 건전성의 기준인 BIS 비율 8%를 지상 8층 건물에 비유한다면 이 경우는 지하 51층까지 내려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재무 상태가 심각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난해 6월 말 금감원 검사 결과를 보면 7개 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모두 6~9%대였다. 당시 8.51%였던 에이스저축은행의 경우는 1년여 만에 60% 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셈이 된다.

금융 당국은 이에 대해 “1년 사이 영업환경이 다소 나빠지긴 했지만 그보다는 관행적으로 느슨하게 적용하던 부문들을 이번 집중 전수조사를 통해 엄격히 평가하면서 비율이 크게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겪으면서 금융감독원이 업체들의 부실 은폐 방법을 파악하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큰 차이가 나타난 것은 그동안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가 부실했고 그 틈새를 이용해 저축은행이 마음대로 영업을 해 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기대에 비해서는 실망=이번 결과는 업계 2, 3위 대형사를 포함해 심각한 상태의 저축은행을 과감하게 도려낸 점에서는 인정받을 만하다. 그러나 지난 7월 초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저축은행 전반 동시 경영진단 방침을 밝혔을 때 파격으로 받아들여진 것에 비하면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이번에 발표된 7개를 제외한 78개에 대해 금융 당국이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은 채 “정상이라고 보면 된다”고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는 적기시정조치 대상(BIS 비율 1~5%)도 있고 막판에 영업정지 대상에서 제외된 6개 업체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 초 일부 저축은행이 단지 이름이 언급됐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뱅크런을 겪는 등 부작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저축은행 관련 시장의 불안은 정보의 불투명성에서 오는 것인데 78개 업체에 대해 ‘문제없다’고만 하면 믿을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면서 “특히 영업정지 후보로 거론되던 곳은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는 편이 그 업체를 위해서도 좋다”고 지적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