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겉과 속] 박원순 ‘호민관클럽’에 회비 낸 16명중 절반이 與의원
입력 2011-09-18 18:04
“너희의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을 것이다”(누가복음 12:34)라는 성경구절이 있다. 국회의원들이 정기적으로 회비를 냈거나 기부한 내역을 분석해 보았다. 이를 통해 그들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박원순 네트워크 막강=가장 많은 의원들이 정기적으로 회비를 낸 곳은 박원순 변호사가 주도한 희망제작소 호민관클럽이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박 변호사가 2007년 시민단체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국회에 전달해 입법화하자는 취지로 설립한 단체다. 모두 16명의 의원이 정치자금으로 이 단체에 정기 회비를 냈다. 박 변호사와 국회를 잇는 징검다리인 셈이다.
호민관클럽 간사인 민주당 김재윤(제주 서귀포) 의원은 “박 변호사가 실질적으로 이 모임을 창안했고 그가 제시한 대안을 우리가 논의해 입법할 수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반영해 왔다”며 “저희에게 박 변호사는 스승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치자금으로 회비를 내지 않는 의원까지 포함하면 호민관클럽의 회원은 38명이라고 김 의원은 밝혔다.
이 모임에는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여야를 막론하고 골고루 참여했다. 회비를 내고 있는 호민관클럽 회원 중 8명은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민주당 의원 7명과 민노당 권영길 의원도 호민관클럽에 회비를 냈다. 권영진 김성식 원희룡 원희목 이한성 현기환(이상 한나라당) 김부겸 김상희 박선숙 백원우 오제세(이상 민주당) 의원은 거의 월 10만원씩 꼬박꼬박 낼 정도로 열성이었다. 호민관클럽 멤버 가운데 서울에 지역구를 둔 의원 4명은 모두 한나라당 의원이다.
김재윤 의원은 “호민관클럽의 폭넓은 네트워크는 박 변호사가 합리적인 진보로서 민생 중심의 활동을 해 왔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서울시장 당선 여부에 관계없이 앞으로도 우리는 그와 끈끈한 연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금 네트워크 활발=지난해 의원들이 정치자금으로 동료 정치인에게 후원한 금액은 6억4943만원이었다. 정치인이 정치인을 후원하는 것을 여의도 정가에선 ‘후원금 품앗이’라고 부른다. 과거와 같이 음성적으로 돈봉투를 건네는 관행은 크게 줄었지만 합법적인 후원금을 주고받으며 호감도와 영향력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12명의 정치인에게 1300만원을 후원한 민주당 최재성(경기도 남양주갑) 의원, 31번에 걸쳐 1090만원을 후원한 같은 당 박선숙(비례대표) 의원은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줬는지 밝히지 않았다. 이같이 대상을 밝히지 않은 정치인 후원금 약 1억2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분석해 보았다.
가장 많은 돈을 베푼 의원은 민주당 백원우(경기도 시흥갑) 의원이었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명숙 전 총리(500만원), 이광재 전 강원지사(200만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200만원) 등 9명에게 모두 2000만원을 후원했다. 한나라당에선 정두언 의원이 1720만원을 16명의 동료 정치인에게 후원해 가장 많은 액수를 기록했다.
민주당 김성곤(전남 여수갑) 의원은 22명의 정치인에게 10만∼20만원씩 모두 490만원을 후원해 후원 횟수로 1위를 기록했다. 김 의원의 후원 대상 중에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 측은 “고려대 72학번 동기”라고 밝혔다.
반대로 의원들에게서 가장 후원금을 많이 받은 정치인은 한나라당의 김성식(서울 관악갑) 의원과 지난해 서울시장에 출마한 한 전 총리였다.
◇한나라 ‘상록회’, 민주 ‘쇄신연대’=정치자금 내역으로 봤을 때 국회 내 최대 모임은 한나라당 관료출신 의원 모임인 상록회였다. 정치자금으로 상록회 회비를 낸 의원은 모두 42명이었다. 회장은 임명직 대구시장을 지낸 이해봉(대구 달서을) 의원, 간사는 내무부(행정안전부 전신) 출신의 백성운(경기도 고양일산동) 의원이다. 백 의원 측은 “회비를 뭐로 냈든 상록회 회원을 모두 합하면 55명”이라며 “외부 인사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거나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선 비주류 모임인 민주희망쇄신연대가 돋보였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경기도 안산단원갑) 의원이 대표로 있고 지난 대선에 출마한 정동영(전북 전주덕진) 의원 등 16명이 정치자금에서 회비를 내 4030만원을 모았다. 상록회의 4880만원과 비견되는 금액이다.
의원들이 후원금을 당비로 낸 금액은 지난해 16억2213만원이었다. 또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관련해 당에 납부한 돈도 15억5430만원이나 됐다.
탐사기획팀 indepth@kmib.co.kr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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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