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농구대표팀 감독 “생애 가장 중요한 일주일…런던올림픽 티켓 따겠다”

입력 2011-09-18 18:51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주일입니다. 반드시 런던 행 티켓을 따겠습니다.”

16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허재(46) 감독은 비장한 모습이었다. 한국은 중국 우한에서 열리고 있는 제26회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에서 3연승으로 A조 1위로 12강 결선리그에 진출했다. 하지만 17일 만난 허 감독의 얼굴에는 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 대신 초조함이 엿보였다. 허 감독은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3번 나갔을 때도 이렇게 긴장을 해보지 않았다. 이번 대회 결과에 따라 내 인생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느냐, 낙하산을 타느냐 기로에 몰려있다”고 심경을 전했다.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항상 1위를 질주했던 허 감독은 2년 전 톈진 대회 때 레바논에 패해 7위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내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이번 대회에서 허 감독은 우승을 통해 자신의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16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그래서 허 감독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프로농구 시즌을 뒤로하고 대표팀 훈련에 매달려왔다. “소속팀인 전주 KCC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까지 말했다.

허 감독은 올림픽과는 남다른 추억이 있다. 그는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 때 160개국 선수들을 대표해 단상에 올라 선서를 했으며, 한국의 마지막 올림픽 본선 무대였던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에도 현역으로 뛴 바 있다. 허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 런던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따내면 선수와 감독으로 올림픽에 나가는 첫 번째 주인공이 된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대회 우승을 위해 사흘 동안 점심을 라면으로 때웠다고 전했다. 허 감독은 승리한 날 먹은 점심 메뉴를 무조건 다음 날 점심으로 먹는 징크스가 있다. 그래서 15일 첫 경기인 말레이시아전에서 승리한 날 먹은 점심이 라면이기 때문에 지금껏 계속 라면만 먹고 있다. 허 감독은 “행여 라면이 질릴까봐 직접 마트에 가서 계란과 파를 사오고 있다”면서 “우승만 한다면 결승전이 열리는 11일 동안 매일 라면을 먹어도 좋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행이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조별예선에서 강적 레바논을 대파하는 등 첫 스타트가 좋지만 허 감독은 여전히 개최지 중국과 중동의 강호 이란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허 감독은 “한국 선수들이 이전에 비해 체력적인 조건은 상당히 좋아졌지만 근성은 아직 부족하다”면서 “선수들에게 우승을 항한 강한 열망을 불어넣어 런던 행 티켓을 따내고, 이를 통해 위기의 프로농구를 되살리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우한=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