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停電대란 뒤의 人事난맥

입력 2011-09-18 17:50

9·15 정전대란의 후폭풍이 거세다. 사고 직후 이명박 대통령이 지식경제부, 한전, 전력거래소 간부들을 모아놓고 “공기업의 혜택은 누리면서도 봉사정신은 형편없다”고 질타한 것은 대대적인 문책인사의 예고편이었다. 그러나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해당 장관의 옷을 벗기고, 실무자 몇 명을 징계하는 차원에서 끝낼 일이 아니다. 시스템과 인사 모두에서 난맥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먼저 한전의 지휘체계를 보면 연평도 사태를 방불케 한다. 전기를 끊은 당시 상황을 놓고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 자체가 창피한 일이다. 국민들은 무엇보다 ‘블랙아웃’을 앞둔 긴박한 상태에서 순환정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지, 그럴 경우 매뉴얼은 어떠하며 그것을 잘 이행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한다. 그러나 지금 어느 누구도 속 시원히 진상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대대적인 시스템 정비가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인사 문제도 심각하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과 조경태 의원이 지식경제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한전 본사와 자회사, 전력거래소에 낙하산 인사가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다. 또 다시 정실 보은인사를 지겹게 지적하자는 게 아니다. 감사 업무의 특성상 외부 인사 기용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은 일정 수준의 전문성이나 관리 능력을 갖추었을 때 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한전 주변은 그렇지 않았다. 한나라당 소속인 경상북도의회 부의장, 경기도의회 의장, 한나라당 충북도당 부위원장, 대통령 취임준비위 자문위원 등이 감사직을 독과점했다. 청와대의 사인 없이 불가능한 낙하산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국가 기간산업을 이끌어 왔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감사들이 정치인들로 채워졌으니 온전한 경영감시 가 가능할 리 없다. 이들은 정권창출의 공을 챙길 뿐 이번 같은 전력대란이 생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자가당착의 논리 앞에서 청와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