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발효 나고야의정서 파고를 넘자”… 천연물신약 개발열기 후끈

입력 2011-09-18 14:15


국내 제약사들의 천연물신약 개발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내년에 발효되는 ‘나고야 의정서’ 파고를 넘기 위해서다.

나고야 의정서는 2010년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 채택된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의 약칭이다. 2012년 한국을 포함한 50개국에서 유엔의 비준을 거쳐 효력이 발생된다.

이 의정서는 다른 나라의 생물 유전자원을 활용할 때 해당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이익도 사전에 상호 합의한 계약조건에 따라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흔히 ‘민간요법’으로도 불리는 전통 생약을 이용해 신약, 식품, 화장품 등을 개발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독점 생산하는 스위스 제약사 로슈사가 대표적인 예다. 타미플루는 중국의 자생식물인 스타아니스 추출물로 만든 것이어서 로슈사는 앞으로 타미플루 판매에 따른 영업 이익을 중국과 나눠 가져야 한다.

국내 제약사들이 최근 국내 고유의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 개발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사장 조의환)은 19일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되면 국가 간 생물주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천연물의약품연구회(KHMA)를 새로 발족시켰다고 밝혔다. 이 연구회는 앞으로 국내 고유의 전통 생약을 이용한 신약개발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현재 국내 제약사들이 천연물신약 개발과 관련해 진행 중인 임상시험은 총 67건에 이른다. 2008년 8건, 2009년 15건, 2010년 22건 등으로 나고야 의정서 제정이 추진되던 2008년 이후 급속히 늘고 있는 추세다. 이들 천연물신약이 치료 목표로 하는 타깃 질환도 간염, 위장병 등 소화기병 뿐 아니라 기관지질환, 골관절 질환, 발기부전 및 조루증, 항암제, 파킨슨병, 치매 등으로 다양하다.

올 상반기 중 새로 허가를 받은 녹십자의 골관절염 치료제 ‘신바로캡슐’과 동아제약의 위장운동촉진제 ‘모티리톤정’, 안국약품의 ‘시네츄라시럽’ 등을 포함해 본격 시판에 들어간 약도 10여개나 된다.<별표 참조>

신바로 캡슐은 무릎 관절염, 퇴행성 척추염, 허리디스크 등의 치료에 오랜 기간 사용되며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구척 오가피 우슬 두충 등 6가지 생약 추출물 복합제다. 또 모티리톤은 한약재 현호색의 덩이줄기에서 분리한 천연물질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부작용이 없으면서 위 배출기능 개선과 함께 위장 과민성 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여재천 사무국장은 “천연물 신약 개발은 새로운 질병 및 만성질환 극복을 위해 꼭 필요한 분야”라며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지적재산권 확보 노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