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메시지만 있고 볼거리는 없다? ‘됴화만발(桃花滿發)’은 달라!

입력 2011-09-18 17:24


요즘 연극계 화제는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25일까지 공연되고 있는 조광화 연출의 신작 ‘됴화만발(桃花滿發)’이다. 탄탄한 서사와 메시지를 중시하는 국내 연극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볼거리에 치중한 작품이다. 관객들은 “이야기가 빈약해 재미없다” 혹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시도”라는 상반된 평을 트위터나 블로그에 쏟아낸다.

연극은 일본 작가 사카구치 안고의 1947년작 단편소설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에서’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조 연출은 이 작품을 8년 동안 구상해왔다고 한다. 외로운 검객 ‘케이’의 일생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표현한 작품. 옛날과 현대가 꿈처럼 오가고, 주인공들의 갇힌 운명을 암시하는 결말은 시지프스 신화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연극의 중심에 있는 건 주제나 줄거리가 아니라 만화를 연상케 하듯 시시각각 변하는 화려한 무대다.

‘됴화만발’이 볼거리로 이야기의 빈약함을 채우려는 상업연극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독이다. 화려한 무대나 휘황한 무술 등 시각효과는 서사의 보완재로서가 아니라 대체재로서 기능한다. 영화와는 달리 칼부림이나 시신 등 잔인한 장면 묘사를 티 나는 소품이나 과장된 연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연극의 한계조차 리얼리즘의 유보(留保)라는 의도 안에서 충분히 활용된 느낌. 폭풍처럼 변하는 무대 위에서 ‘케이’는 순간순간의 감정을 폭발해내고 헛되디 헛된 인생무상의 진실에 접근한다. 이명세 감독의 영화 ‘M’을 연상케 할만한 이미지즘의 시도이고, 기존 연극에 익숙한 이들의 거부감조차 예상 안에 있다는 듯 꼿꼿한 자태다. 조 연출은 16일 통화에서 “‘됴화만발’은 이미지 연극을 시도했다기보다 부조리극의 계열에 있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찬반이 엇갈리는 작품이지만 주인공 연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무술과 고독이라는 캐릭터를 온몸으로 집약해내는 ‘케이’ 역의 박해수에게 연일 환호가 쏟아지고 있는 것. 그 외 홍원기 장희정 황선화 염혜주 등이 출연중이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