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신창호] 반대로 하는 한국과 미국의 교육

입력 2011-09-18 17:49

골프채를 들면 서양인은 잔디밭으로, 일본인은 야외 연습장으로, 한국인은 실내연습장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골프를 처음 배우는 한국인은 누구나 ‘똑딱볼 타임’을 통과해야 한다. 허리를 숙인 채 수없이 골프볼을 똑딱똑딱 치는, 재미없는 이 시간을 수많은 사람들이 통과하지 못한다.

한국 어린이들은 ‘바이엘 100번’부터 피아노 교습을 시작한다. 음표에 맞춰 건반을 쳐도 아름다운 선율은 결코 나오지 않는다. 일본과 중국도 같다. 동양 아이들 10명 중 7명은 여기서 피아노 배우기를 관둔다. 영어를 배울 때 동양 방식도 같다. 문법 먼저, 읽기와 쓰기, 그리고 말하기, 그게 순서다.

서양 사람에게 골프는 파란 잔디의 구멍에 골프볼을 넣는 장난에서 시작된다. 타이거 우즈도 그랬지만, 미국 동네꼬마들도 다 그런다. 쑥쑥 공이 들어가는 재미에 빠져 스윙을 배우고 다른 기술을 익힌다.

미국인 부모들은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하면 가장 좋아하는 곡의 악보를 선물한다. 아이는 악보를 건반으로 옮기며 음악에 빠진다. 그렇게 수많은 곡을 익히는 게 피아노 레슨의 전부다. 서양인의 외국어 배우기 역시 우리와 반대다. 말하기가 먼저다. 일단 말을 하며 외국인과 부딪히다 보면 자연스레 틀린 걸 고치고 읽고 쓰게 된다는 것이다.

동양의 방식은 소수를 남기는 방법이다. 강요된 동일 반복의 과정을 견뎌낸 능력 있는 소수는 새로운 지평을 만난다. 골프든 피아노든 외국어든 이들은 탄탄한 기초 실력으로 일취월장의 기회를 얻는다. 엘리트 코스인 셈이다. 한·중·일이 짧은 시간 안에 경제번영을 구가하는 것도 어쩌면 이런 교육 덕분일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칭찬한다 해도, 평균적인 미국인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악기 하나쯤은 누구나 다루고, 좋아하는 운동 한 가지에는 정통하며 먹고살 만한 직장을 가질 수 있는 그네들의 삶을 버리겠다 하지 않을 게다. 동네 풀밭에서 이런저런 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그 속에서 사회성과 창조성을 배우게 하는 방식을 버린 채 우리 아이들처럼 초등학생 때부터 학원 돌기에 전념하도록 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모두가 일류가 되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동양식 교육, 우리 몸에 밴 이 방식을 정말 그대로 둬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엘리트 뒤에 남겨진 70%의 낙오자들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패배감과 압박감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신창호 차장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