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겉과 속] 의원들의 이상한 訟事… 선거법 위반 방어 위해 변호사 비용 7600만원 지출

입력 2011-09-18 15:04

한나라당 배영식(대구 중구남구) 의원의 지역사무소는 대구 봉덕동의 작은 상가 3층에 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승리를 맛본 곳이라 애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배 의원 사무소에 문제가 생겼다. 지난해 건물주인이 바뀌면서 “리모델링을 위해 사무실을 비워 달라”고 요구한 것.

배 의원 측은 “내년 선거까지만 사용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새 건물주는 배 의원 등 입주자 전원을 상대로 건물을 당장 비워 달라는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배 의원은 지역사무소를 지키기 위해 후원금 330만원을 들여 변호사를 고용했다. 배 의원은 현재 1심에서 패한 후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배 의원실 관계자는 “소송을 계속 진행하더라도 선거 때까진 사무실을 계속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선활동을 위한 목적으로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은 법적분쟁에 정치자금을 쓴 셈이다.

같은 당 유재중(부산 수영구) 의원은 변호사 선임비용으로만 정치후원금 7600만원을 끌어다 썼다. 18대 총선 직후 경쟁후보 진영에서 제기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방어하기 위해 1~3심 변론을 법무법인 청률에 맡겼다. 청률은 법원과 검찰의 고위간부 출신들이 대거 포진한 법무법인이다. 대법원까지 간 이 소송에서 승소한 직후인 2009년 7월 8일 유 의원은 부산의 일식집 송원에서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을 불러 밥까지 샀다. 이 비용 37만5000원도 후원금으로 나갔다. 유 의원실 관계자는 “선관위가 재판비용에 대해 적법한 비용으로 판단했다”고 항변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대 교수는 “두 사례 모두 직접적인 의정활동으로 보기 힘든 지출”이라며 “의정활동에 써 달라는 후원금을 사적인 소송비용으로 지출한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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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