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한전 찾아가 불같이 화냈다
입력 2011-09-16 21:39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를 방문해 지식경제부와 한전, 전력거래소, 발전소 등 ‘정전대란’ 관련자들을 앉혀 놓고 “여러분은 형편없는 후진국 수준이다. 내가 분통이 터진다”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요즘 매일 늦더위가 보도됐는데 전기 수요를 걱정해본 적 있느냐. 당신들은 잘 먹고 잘 자고, 수요가 올라가니까 끊어버리겠다, 이런 생각으로 그런 거 아니냐”며 “일어나선 안 될 일을 여러분이 저질렀다. 이런 실수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는 거다. 변명할 필요 없이 사과하고 분명히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6시30분 한전 본사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미리 마련된 브리핑 장소를 보고 “내가 보고 받으러 온 게 아니다”라며 대회의실로 장소를 옮겼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과 김우겸 한전 부사장이 양 옆에 앉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지경부, 한전, 전력거래소, 발전소 관계자들을 차례로 지목하며 정전사태 원인을 추궁하듯 캐물었다.
관계자들의 말이 끝나자 이 대통령은 곧바로 “이건 기본을 지키면 일어날 수 없는 문제다. 전기를 끊더라도 끊을 데를 끊어야지 병원도 끊고 엘리베이터도 끊고…. 당한 사람들이 얼마나 속상하고 불쾌하겠나”라고 질책을 시작했다. 이어 “국민에 대한 봉사정신이 전혀 없는 거다. 작은 중소기업도 고객 위주로 생각하는데 공기업이란 사람들이 최고 대우 받으면서 이런 사고를 저질렀다 이거야. 그런 정신으로 공기업을 하니까 국민들이 불신하는 거다”라며 격노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은 (전력 공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면 어제도 문제가 없을 수 있는 거였다. 그저께 대비했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또 “지경부도 책임 있고, 거래소는 말할 것도 없고, 한전도, 발전소도 아주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관행대로만 할 거면 고급인력이 왜 필요한가”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지적이 이어지는 동안 참석자들 사이에선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국민을 조금만 생각하면 이렇게 될 수 없다”는 말로 35분간의 질타를 마친 뒤 “나는 돌아가겠다”며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