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노석철] 전력 끊겼는데… 책임부처 장관은 만찬 중
입력 2011-09-16 18:38
정전대란이 벌어진 15일 전력공급의 최종 책임을 맡고 있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행보가 아쉽다. 최 장관은 전국적인 정전 상황이 계속되던 오후 6시 청와대 만찬에 참석했다. 방한한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준비한 만찬이었다. 최 장관은 오후 4시 과천 청사에서 1급 회의를 주재하고 5시30분쯤 청와대로 향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콜롬비아와 중요한 MOU(양해각서) 체결 건이 3건이나 있었고, 지경부 장관이 참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랬다면 어땠을까. 이 대통령이 먼저 ‘비상상황이니 장관은 현장을 챙기고 차관을 보내라’고 하고, 콜롬비아 대통령에게 양해를 구했다면. 산토스 대통령도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최 장관은 만찬에 참석하느라 대국민 사과도 서면으로 했다. 사과 내용도 개운치 않다. 사과만 하면 될 것을 “국민 여러분께서도 이상고온 현상이 해소될 때까지 가급적 불요불급한 전력사용을 자제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사족을 붙였다. 마치 국민들이 전력 낭비를 해서 정전대란이 일어난 것처럼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이다. 만찬을 하느라 바빠 자신이 직접 쓰지 않고 밑에 직원을 시켜 사과문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김중겸 신임 사장이 낙하산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전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물론 전력공급은 전력거래소가 맡고, 발전회사 역시 여러 개로 쪼개져 한전을 탓하기는 어렵지만 사장 공백이 기강해이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전은 공교롭게 1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김 사장을 18대 한전사장으로 선출했다. 전력대란으로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다음 날 ‘낙하산’ 논란을 빚은 한전 사장을 앉히는 것은 아무리 봐도 모양새가 어색하다.
전력공급 중단사태는 우리 정부와 전력거래소의 미숙한 대응능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났고, 비상상황에서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노석철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