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엔 가입 20주년… 가난한 변방→ 도움주는 주요국가 ‘우뚝’

입력 2011-09-16 18:36


‘1945년 해방 이후 유엔 도움으로 연명했던 변방의 나라에서 세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

17일로 우리나라가 유엔에 가입한 지 스무 해가 된다. 1991년 9월 17일 북한과 유엔에 동시 가입한 대한민국은 지난 20년간 국제무대에서 ‘압축성장’을 했다.

◇가입까지 험난했던 여정=한국은 48년 정부수립 이후 유엔의 문을 수차례 두드렸다. 그러나 동서 냉전체제 속에서 유엔 문턱을 넘기까지 40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90년 북방정책을 펴던 노태우 정부가 소련과 수교를 하면서 비로소 상황이 변했다. 유엔의 신규 회원국 가입은 안전보장이사회 권고에 따라 총회에서 투표로 결정되는데, 상임이사국 5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현 러시아) 중국)은 거부권 행사가 가능했다. 소련과 중국이 “남북한이 유엔 동시 가입 시 분단이 영구화된다”는 북한 주장을 지지하면서 번번이 우리나라의 유엔 가입에 반대했다.

그러나 소련이 우리와 수교를 맺은 다음 한국 지지로 돌아서고, 냉전체제 종식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마침내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이 성사됐다.

◇5년마다 일궈낸 ‘기적’=한국은 5년 주기로 유엔 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 내 회원국들을 놀라게 했다. 96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했고, 2001년에는 유엔 총회의장국이 됐다. 2006년에는 반기문 외교부 장관을 제8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배출했고, 올해는 반 총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반 총장 취임 이후 한국인의 국제기구 진출도 늘어 최영진 코트디부아르 유엔 특별대표와 김원수 사무총장 특보, 강경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 등 유엔 본부 및 산하 국제기구 고위급 인력이 22명에 달한다.

세계 10위권으로 부상한 국력 신장에 발맞춰 재정 기여도 확대됐다. 한국은 올해 기준 유엔 정규예산 분담금이 연간 5300만 달러로 미국(22%), 일본(12.5%), 독일(8%), 영국(6.6%), 프랑스(6.1%), 중국(3.2%) 등에 이어 11위(2.2%)다. 또 평화유지활동(PKO) 예산 분담금 순위도 10위에 이를 정도로 유엔 재정의 상당분을 책임지고 있다. 유엔에 ‘지각가입’했지만 어느 회원국보다 역동적인 활동으로 재정적·인적 기여를 확대하며 단기간에 유엔 내 주요 국가로 우뚝 섰다는 평가다.

◇앞으로 과제=유엔 기여에 걸맞은 영향력과 역할을 확대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제 정치·안보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안보리 내 위상 제고가 최우선 과제다. 유엔에 재정적 기여가 큰 일본과 독일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3∼2014년 임기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이다. 안보리는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되는데, 10개 비상임이사국은 2년마다 전 세계 지역적 안배를 감안해 선출한다. 일본은 대체로 4∼5년 주기로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했다. 반면 우리는 1996∼97년 이후 15년 이상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위상에 맞게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글로벌 이슈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국내외에서 나온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