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정전사태] “발전소 가동중단은 전쟁 중 탱크 정비장에 보낸 것”

입력 2011-09-16 18:29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16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을 불러 전날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라고 몰아붙였다. 최 장관은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민주당 소속의 김영환 지경위원장은 “폭염주의보까지 내렸는데도 23개 발전소가 문을 닫았다”며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탱크와 장갑차를 정비장에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레드(심각) 단계는 예비전력이 100만㎾ 밑으로 떨어질 때 취해지는데 148만9000㎾ 때 조치를 취했다”며 “과잉대응으로 인해 피해를 일으킨 것 아니냐”고 따졌다.

최 장관은 “생각할 여지도 없었고 실제 상황이 급박했다”며 “매뉴얼대로 했지만 (한국전력공사에서) 지경부에 상황을 너무 급박하게 알려와 전문가의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김정훈, 미래희망연대 정영희 의원은 전날 정전 사태로 엘리베이터에 갇힌 경험을 토로하기도 했다.

부실한 사후 대처도 지적 받았다.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은 “이런 일이 생기면 당연히 방송에 나가야 하는데 자막방송만 나갔다”고 꼬집었다. 김우겸 한전 부사장은 “방송국에 자막방송을 요청했으나 다소 지연된 시간에 자막이 나갔다”며 “앞으로 자동적으로 재난방송이 나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전 사태가 진행 중이던 당시 최 장관이 청와대 만찬에 참석한 것에 대해서도 질타가 쏟아졌다. 민주당 김재균 의원은 “어처구니없는 정전사태에 많은 국민이 놀라고 황당한 상황에서 적당히 사과 성명을 만들어 부하들에게 던져 놓고 청와대에서 만찬이나 즐기면 되나”고 지적했다.

최 장관은 “국빈 만찬이었고 만찬 헤드테이블에서 여러 논의를 해야 할 상황이어서 빠지기 어려웠다.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최 장관은 미래희망연대 정영희 의원이 “한전 약관에 따르면 정전에 의한 피해배상은 전기요금의 세 배로 돼 있다”고 지적하자 “이번 피해상황은 약관에 있는 내용으로 (배상)할 순 없다. 별도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정전사태가 대체·대기 예비력을 전혀 가동하지 않아 발생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영남화력 1·2호기, 울산화력 1·2·3호기, 인천화력 1호 등 3개의 발전소는 대체·대기 예비력으로 지정돼 있다”며 “그러나 15일 이들 3개 발전소는 전혀 가동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체·대기 예비력으로 지정된 발전기는 급전 지시에 따라 최단 시간 내에 가동할 수 있는 상태로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동 정지 상태로 있었다고 강 의원은 덧붙였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