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안 전격 상정… 민주·민노당 반발

입력 2011-09-16 21:09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1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전격 상정됐다. 지난 6월 3일 국회에 제출된 지 106일 만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여야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 (내달) 방미를 앞둔 선물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의원들은 위원장석으로 몰려나와 고성으로 항의하거나 의사봉을 빼앗고 마이크를 치우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객관적으로 미 의회의 비준 절차가 시작됐다는 판단을 했다”며 “날치기하지 않고, 미국보다 먼저 처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힌 뒤 비준동의안 상정을 강행했다. 남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을 둘러싸고, 외통위 소속이 아닌 민노당 이정희 대표와 강기갑 의원 등이 저지에 나서자 의사봉 없이 구두로 상정했다. 한나라당은 해리 리드 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일반특혜관세(GSP) 제도 연장안 등을 다음 주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히자 “이는 미국이 한·미 FTA 처리 절차에 돌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야당은 지난 1일 여야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여야 합의가 아닌 직권상정”이라며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하거나 하원이 TAA(무역조정지원제도) 법안을 처리하기 전까지는 우리도 비준동의안 심의를 시작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요구했고, 남 위원장은 “알았다”고 답했다. 남 위원장은 미 의회의 비준동의안 처리시점을 다음 달 10일에서 20일 사이로 예상했다. 그러나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 있어 앞으로 외통위 의결과 본회의 처리까지는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재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외통위 전체회의와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한·미 FTA 최대 수혜자로 판단되는 현대자동차가 계열사 사장단 명의로 국회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내 후원계좌에 현대자동차 부사장과 HMC증권·글로비스·현대모비스 대표이사 명의로 각각 100만원씩 총 400만원이 입금됐다”며 해명을 촉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회사와는 무관하게 개인 차원에서 한 것 같다”며 “한·미 FTA와 관련해 기획후원금을 낼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엄기영 김정현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