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업은 수영 역사와 이론”… ‘마린보이’ 박태환 교생 실습
입력 2011-09-16 21:38
“박태환 선생님께 인사.”
‘마린보이’ 박태환(22)이 수영장을 벗어나 선생님으로 학생들 앞에 섰다. 박태환은 16일 서울 대치동 단국공업고등학교에서 열린 교생 공개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이론 수업인 수영지도법과 농구 실기 수업을 진행했다.
단국대 체육교육과 4학년인 박태환은 5일부터 이달 말까지 체육 선생님으로 교생 실기 수업을 담당한다. 이날 깔끔한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한 박태환은 먼저 진행된 이론 수업에서 수영의 역사와 이론적 배경 등을 능숙하게 설명했다. 특히 수업 말미에 2007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400m 결승 장면을 보여주면서 경기 상황과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들려줬다. 학생들은 박태환이 막판 50m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로 그랜드 해켓, 우사마 멜룰리 등을 따돌리고 우승하자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했다. 박태환은 이론 수업이 끝난 후에는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학생들에게 농구 패스와 드리블 연습을 진행했다.
박태환의 수업을 받은 1학년 4반 전현우(16)군은 “처음에는 유명한 선생님이 오신다고 해 많이 설레었는데 나중에는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선생님이라기보다는 존댓말을 하는 친구처럼 지낸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오전엔 교생 실습을 하고 오후엔 태릉선수촌에 입촌하는 힘든 일정을 소화 중이지만 교생 실습을 통해 가르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첫 수업 때는 학생들의 반응이 별로 없어서 여학교에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하지만 학생들과 소통하는 법을 알아가면서 재미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교생 실습이 향후 진로를 결정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친 듯했다. 박태환은 “처음에 부모님이 ‘교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을 때는 ‘내가 무슨 교수야’라는 생각을 했지만 교생 실습을 하면서 교수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공부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해서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 줄 수 있는 교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교생 실습을 마친 후 다음 달 20일 호주 브리즈번으로 이동, 마이클 볼 코치와 함께 내년 런던 올림픽을 대비한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